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논란을 빚었다. 또한 윤 대통령은 “6·25 직후에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세력의 선전·선동으로부터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창립된 자유총연맹은 대한민국 현대사 그 어느 때보다 그 사명과 책임이 가장 큰 순간을 지금 맞이하고 있다”며 “자유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로 이 나라와 우리의 미래세대를 지켜내야 한다”고 자유총연맹에 힘을 실어줬다.
행사에는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이철규 사무총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등 여권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이보다 12일 전인 6월16일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는 자유총연맹 자문위원회 신규 위원 위촉식에서 회원들에게 “6월28일날 여러분들 꼭 오셔서”라며 “그날 69주년 (행사에) 대통령께서도 나온다. 같이 참여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행사와 같은 날 오후엔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고, 경제 보조금은 살리고, 사회 보조금은 효율화·합리화해야 한다” “노조·비영리단체 등에 지원되는 정치적 성격의 보조금들은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재점검해야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 발언 직후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내년 예산안을 다시 작성해 제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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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지난달 4일 최근 3년 간 지급된 국고보조금 가운데 1만2000여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감사를 벌인 결과를 발표했는데, 확인된 부정사용액은 314억원(0.4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내년도 보조금 예산을 올해에 비해 5000억원 이상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야권과 노동조합·시민단체를 ‘이권 카르텔’로 바라본 윤 대통령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수사기관·돈줄 죄기 등을 총동원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과 정부의 그간 입장을 그대로 적용하면, 한 해 수십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자유총연맹이야말로 ‘정치 보조금’을 받는 단체의 대표 사례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 단체를 개혁대상으로 지목하는 대신 창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자유총연맹에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장제원 의원은 올해 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강 총재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에서 “제가 행정안전위원장이잖아요”라며 “제가 있는 한 자유총연맹 예산 확실히 챙기겠습니다. 선물 됐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