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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의 ‘뿌리’

누군가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할 때 우리는 왜 불쾌감을 느끼나? 소음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했다. 의외로 소음 요인은 불쾌감에 큰 영향이 없었다. 불쾌감을 가장 줄여준 조건은 통화 상대의 말을 스피커폰으로 들려주었을 때였다. 대화는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는 알아채기 어렵기 때문에 불쾌감이 생긴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오래전 과학잡지에 실린 실험 결과는 여기서 끝나지만 인간 심리를 잘 보여주는 것이어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타인의 통화 내용을 알면 불쾌감이 사라지는 이유는 인간의 인식이 완결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생각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한쪽 귀퉁이를 열어둔 원형 모양을 생각해보자. 한쪽이 비어 있지만 원으로 지각한다. 시각적으로도 완성된 형태로 지각하도록 뇌가 프로그래밍돼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 사조에서 형태주의(Gestalt) 심리학이라고도 하며, 20세기 초 독일에서 발전한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형태주의 심리학의 주요 개념은 인간의 인식이 개별적인 자극 입력의 단순한 합산이 아니라, 그것들이 통합된 전체 형태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얼굴을 보았을 때 단지 눈·코·입 등 개별 부분이 아니라 그것들이 통합된 ‘얼굴’이라는 전체를 인식하는 원리이다.

볼프강 쾰러, 쿠르트 코프카 등 형태주의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현상을 마주했을 때 개별적인 사안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상황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관점을 통해 해결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니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둘러싸고 다양한 관점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지 ‘괴담’으로 치부할 일이 아닌 것이다. 설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괴담이라고 치자. 그럼에도 사회심리학의 고전이자 여전히 자주 인용되는 고든 올포트의 <루머의 심리학>을 보면 “루머는 불확실성과 불안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발생하며, 그 확산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한다.

올포트에 따르면 어떤 사안의 주제가 개인 또는 그룹의 이해관계와 관련(중요성) 있거나 특정 정보가 불확실(모호성)할 때, 불안이나 두려움이 커질 때 괴담 또는 루머가 되고, 확산 속도도 빠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담론이 괴담이라 쳐도 그것은 불안을 줄이기 위한 방편인 것이지 일부 몰지각한 누군가의 선동으로 쏠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 괴담 대 과학이란 대립적 시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심지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허용한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 자료집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괴담’은 결코 때려잡을 수 없다. 괴담은 ‘불안’의 반증이다. 정부가 주목할 것은 ‘괴담’이 아니라 ‘괴담의 뿌리’이다. 정부는 불안의 뿌리를 뽑는다는 자세로 시민들에게 오염수 방출이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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