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정치는 왜 존재하는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정치는 왜 존재하는가

입력 2023.07.14 03:00

영국 정치학자 버나드 크릭은 ‘정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은 다음 달래고 조정해서 타협시키는 것’이라고 봤다. 미국 정치학자 스콧 아들러와 존 윌커슨은 정치의 역할이 사회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의 역할을 갈등의 조정과 문제의 해결이라고 한다면, 지금 한국에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관후 정치학자

이관후 정치학자

정치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일을 다루는 것이다. 그래서 부족 정치, 진영 정치, 팬덤 정치, 패거리 정치 등 뭐라고 부르든, 사실 여기에 정치는 없다. 최근 몇달 사이 국민들의 삶에서 중요한 일은 전세사기 문제였다. 만약 정치가 존재했다면, 정부·여당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면서 이전 정부의 실책을 공격했을 테고, 야당은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처음부터 피해자 면담과 전수조사에 당력을 집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정당은 반대로 행동했다. 정부는 사태를 수수방관했다. 사회적 재난이 아니라 개인들 간의 거래 문제라며,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인 주거권을 대놓고 무시했다. 그렇다고 야당이 의욕을 보이지도 않았다. 피해자들이 목숨을 끊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까지 야당은 어떤 적극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사태를 해결하기보다 겨우 현상유지만 시켜놓은 수준의 법을 통과시킨 후에는 여야는 이 문제를 싹 잊었다. 올해 말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깡통전세 문제에 대해서는, 사전에 사태를 방지하기보다 이를 어떻게 상대의 책임으로 돌리느냐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후쿠시마 오염수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는 어떤가? 사실 이 두 가지는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문제는 접근과 해결 방식이다. 불과 3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강력히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철면피들처럼 입장을 바꿨다. 김기현 대표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당시 주장은 지금 야당과 판박이처럼 같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어떤 설득력 있는 과학적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저 ‘가짜뉴스’ 프레임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야당은 전 국민의 85%가 반대하는 사안을 ‘민주당의 이슈’로 축소시켜 버렸다. 오염수 방류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조차 민주당이 나서자 다시 생각해 볼 정도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입장과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서울과 경기도 시민들의 불편이 본질이다. 정부·여당은 노선 변경 과정을 상세히 밝힐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마치 제 발 저린 도둑처럼 판을 엎어버렸다.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직을 걸겠다는 식의 무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은 노선변경에 따른 이용자들의 불편을 강조하기보다는 비리 여부에만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여당의 물타기 전술에 말려들었다. 시·종점은 물론 전체 노선의 50% 이상이 바뀌고, 국도 6호선의 상습정체 해소라는 본래 목적이 사라진 이 노선 변경에 대해 야당이 정공법으로 대처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둘러싼 문제는 더욱 한심하고 답답하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가 단순히 ‘킬러 문항’ 몇 개를 없애서 해결된다는 말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대통령이 마치 최고의 교육전문가라도 되는 것처럼 지시사항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다. 부끄럽다 못해 딱한 지경이다. 야당은 이에 대해 맹공격을 퍼붓고 있지만, 사실 킬러 문항 폐지는 민주당 대선 공약에도 들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까지 해본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수능이 어려워서 문제라고 했다면, 민주당은 지금 여당과 다른 태도를 보였을까?

정치가 이 수준일 때, 국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며칠 전,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일터에서 추락해 숨졌다. 20년 전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이듬해부터 아들은 조선업계에서 일해 왔다. 그리고 같은 유형의 사고를 당했다. 고인의 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어려서 잘 모르고 눈물만 흘렸다. 이제 형까지 같은 사고를 당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우리 가족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322명’의 노동자가 ‘추락’으로 ‘사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고 10대 건설사 중 9곳에서 사망자가 나왔지만 기소된 곳은 없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누군가의 탓을 하기보다 현장 실태와 제도의 허점을 살피고,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쟁점을 조정해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그런 곳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국회 다수당이 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