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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 위험에 대한 상상이 필요한 이유

오염수 방류가 인류세의 지속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면
허무맹랑한 상상일까

핵 관련 위험에 대한 상상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숙제다

한 주 내내 비가 내렸다. 작년 8월 수해의 기억이 아직 또렷해 웬만한 약속은 미루고 비 피해가 크지 않기만을 기도했다. 비웃기라도 하듯 사흘간 폭우가 집중된 지역에서 더 많은 사고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산기슭이 무너져 내리고, 논과 밭이 물에 잠기고, 댐이 무너졌다. 제방을 밀고 쏟아져 내린 물로 지하도로가 물에 잠기고 여러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오늘도 보금자리를 잃고 수용시설에서 밤을 지새울 수재민이 수천명이나 될 것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가 왔듯, 이상기후도 그렇게 왔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고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이야기, 떠내려가는 얼음 조각 위에 서 있는 북극곰의 애처로운 모습은 TV에서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북극곰은 순간적인 연민의 대상일 뿐 인간의 미래로는 여겨지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북극곰과 다른 처지가 아님을, 미래라고 미뤄뒀던 상황이 현재로 닥쳐오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근대사회에서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 시기 자연은 사회 발전을 위해 개척해야 할 대상이 되었고, 인간은 동물과 다르며 자연법칙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인간 예외주의’가 신앙이 되었다. 20세기 중반 훼손된 자연이 인간 삶에 위협이 되자 ‘야생의 자연을 보호하자’는 슬로건이 탄생했다. 여전히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우월한 존재였다.

2000년 인류세(Anthropocene)라는 말이 등장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크뤼천과 생태학자 스토머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의 활동이 지질학적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시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산업화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과 핵 개발로 인한 방사능물질이 지구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 지질학적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들은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로 인한 지구의 파국 가능성을 염려해왔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과 숲의 파괴, 방사능 낙진, 미세플라스틱의 축적, 생물 종의 멸종 등 생태계의 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티핑 포인트’나 ‘레짐 체인지’ 같은 급격한 변동의 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자들 역시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투르는 인간과 비인간을 구분하고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는 경계선은 이제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며, 인간은 과학기술을 사용한 고도의 행위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동시에 파괴된 자연의 역습이라는 고도의 취약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의 지배에 굴종하는 대상이 아니며, 인간의 파괴 행위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형적인 사례다.

인간의 자연파괴 행위가 과학기술적 합리성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자본주의의 자기증식과 재생산 욕망, 신자유주의 경제의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 논리는 과학기술의 필요를 넘어 개발과 파괴를 가속화한다.

또 21세기에 부활한 냉전 체제는 미국·일본·유럽과 러시아·중국을 양극으로 한 극단적 대립체제를 구축했고 핵무기 개발의 배경이 되어왔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다는 목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된 동아시아 반러·반중 동맹체제에서 적극 가담하고 있다. 그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같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인류세의 미래는 두 방향으로 예측되고 있다. 과학기술에 의한 환경 통제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입장과, 고도의 불안정한 기후와 악화된 환경 속에서 인간은 대응능력을 상실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30여년간 지속될 경우 그 피해가 어떤 것일지 당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주 작은 어류와 해초류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이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말란 법은 없다. 또 인간에게만 영향이 없으면 되는 걸까. 인간은 언제까지나 욕망을 끌어안고 비인간, 자연을 파괴할 것인가.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IAEA를 앞세워 추진 중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인류세의 지속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하다면 허무맹랑한 상상일까? 인류세의 표본지로 캐나다의 크로퍼드 호수가 지정되었고 그 이유가 호수의 퇴적물에서 발견된 플루토늄, 핵폭탄 실험의 흔적이라는 보도(경향신문 7월12일자)는 핵 관련 위험에 대한 상상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숙제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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