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계단버스’ 타려던 전장연 활동가 체포...‘미신고집회’라고 판단

전지현 기자
17일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서울시의 전장연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버스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서울시의 전장연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버스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07번 버스기사님! 장애인도 버스 탈 수 있도록 기다려주시고, 탑승할 수 있게 해주세요.”

17일 오후 1시25분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대표가 서울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 107번 버스가 다가오자 이같이 외쳤다. 저상버스가 아닌 ‘계단버스’여서 휠체어 진입이 어려운 버스 문이 열리자 이규식 전장연 공동대표가 버스에 뒤로 누운 채 올라탔다. 경찰은 약 3분쯤 뒤 탑승을 시도하던 이 대표를 버스에서 끌어냈다.

전장연은 이날 서울시의 ‘전장연 죽이기’ 중단을 촉구하며 매일 ‘계단버스’ 탑승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버스 탑승을 시도한 이 대표와 전장연 활동가 1명을 집시법 위반·업무방해·형법 제136조 위반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영등포구 여의도역 승강장에서 열린 ‘387일차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에서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계단 버스에 태워 달라고 요구하고, 태워주지 않는다면 기어서라도 버스에 탑승하겠다”고 밝혔다. 박 상임대표는 “(버스 탑승을) 매일매일 하겠다”며 “길을 가다 버스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버스를 타겠다. 그게 일반 시민의 마음이지 않나”라고 했다.

전장연은 횡단보도를 가로막지 않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하겠다고 했다. 박 상임대표는 “저번엔 횡단보도에서 (태워달라) 외쳤더니 1분30초만에 체포해갔다”며 “여러분들을 체포와 같은 폭력에 계속 노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버스 앞을 막고 태워달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버스를 탈 수 있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계단버스에 태워줄 것을 요구하겠다”며 “(휠체어가) 못 올라가면 기어서라도 버스에 탑승하겠다”고 했다.

17일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서울시의 전장연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혜화동로터리 버스정류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서울시의 전장연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은 선전전에서 “오후 1시 혜화동로터리에서 버스 탑승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후 이를 행동에 옮겼다. 이들은 박 상임대표가 지난 14일 여의도 글래드 호텔 앞에서 버스 앞을 가로막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던 때와는 달리 횡단보도를 가로막지 않고 정류장에서 대기했다. 이 대표가 버스 탑승을 1회 시도한 뒤 박 대표는 바로 “해산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대표 등 전장연 활동가 2명을 남대문경찰서로 연행했다. 경찰은 “이들이 그간 수차례 버스운행을 방해해 경찰이 충분히 경고했음에도 금일도 버스운행을 방해하겠다고 했다”며 “사전에 불법을 예고하고 실제로 버스 정류장에서 미신고 불법집회 진행한 후 버스운행을 방해해 시민들의 극심한 불편을 초래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경찰의 조치에 대해 “십년 동안 요구한 장애인 이동권의 외침은 무시한 채 장애인을 차별하고 탄압하기 바쁜 한국 인권의 처참한 현실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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