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건강의 만사혈통

① 촌각을 다투는 혈관질환

박효순 기자

[내 건강의 만사혈통] ① 촌각을 다투는 혈관질환

■뇌·대동맥·심장 혈관 응급환자 ‘뺑뺑이’

■빠르게 수술까지 가능한 전문병원 중요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2022년에도 지속적으로 전체 인구가 감소하면서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18%까지 상승하였다. 국제연합(UN)의 기준에 따라 65세이상을 고령이라 정의했을 때 2022년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자 고령 비율은 20.1%, 남자 고령비율은 15.9%을 보여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는 결국 만성질환의 증가와 이로 인한 합병증의 발생이 반드시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고, 적절한 예방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과 치료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특히 혈관질환은 고령화 사회에서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질환이다.

2021년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암을 제외한 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은 심장혈관질환이었고 폐렴에 이어 뇌혈관질환이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05.5명에 달하고 있으며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들 중 많은 부분이 심뇌혈관질환에 의해 입원중 폐렴에 의해 사망한 경우로 추정할 수 있어, 결국 심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거의 암에 의한 것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류상완 이대혈관연구원장이 주요 혈관질환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류상완 이대혈관연구원장이 주요 혈관질환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대부분 고령환자에서 혈관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동맥경화증은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선행질환에 덧붙여 흡연이나 비만, 스트레스 등이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과 당뇨는 현재 국내에서 유병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2019년 통계에 따르면 단일상병으로 가장 많은 진료비를 사용한 질환이다. 그러므로 고령환자에서 동맥경화증에 의한 혈관질환의 증가는 예측된 사실이다

혈관질환은 특성상 대부분의 경우 응급한 경우가 많고,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가 적시에 이루어 지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하거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여러 혈관질환 중 뇌혈관질환에 의한 뇌경색이나 뇌출혈, 관상동맥이라 불리는 심장혈관질환에 의한 급성심근경색증, 그리고 우리 인체에서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에 박리증이나 파열이 발생하는 대동맥 질환은 특히 치료에 있어 촌각을 다투는 질환들이다.

그러므로 환자가 발생하면 가까운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만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 실정은 이러한 중증 혈관질환 치료에 있어 많은 부분에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응급이 많고 치료기술의 난이도가 높은 질환들이다 보니 이러한 혈관질환을 치료하겠다는 전문의료진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특히 뇌혈관수술이나 관상동맥수술, 그리고 대동맥수술을 하는 수술 인력은 매년 감소하고 있어 이제는 대형 대학병원들 마저 충분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기존 인력들의 피로감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더불어 이러한 혈관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 시설 그리고 의사를 제외한 많은 의료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들이 충분한 투자를 선뜻 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제주도에서 발생한 급성대동맥박리증 환자가 헬기를 통해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 전원되어 옥상에 내리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제주도에서 발생한 급성대동맥박리증 환자가 헬기를 통해 이대대동맥혈관병원에 전원되어 옥상에 내리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많은 혈관환자들이 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다 사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국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중증 혈관질환에 대한 수가를 올리고, 인력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수가나 인센티브 등과 같은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향후 현재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정적 지원과 함께 장기 계획을 통해 혈관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거점병원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의료인력의 교육과 공급을 선순환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혈관질환은 비록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전문영역이기는 하지만 결국 비슷한 발생원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들이 동일한 병원체제 시스템에서 협력해서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병원 시스템은 단지 치료에만 국한 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와 함께 예방, 재활 등 혈관질환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가 이루어 질 수 있다.

혈관질환의 성패는 결국 시간에 의해 좌우된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언제라도 믿고 찾을 수 있는 전문적인 병원과 이에 따르는 센터가 있다면 소중한 하나의 생명을 잃지 않을 것이다.

글·류상완 이대혈관연구원장(이대대동맥혈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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