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서 극단선택한 초등교사, 교권 보호 실효적 조치해야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20대 1학년 담임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3월 임용된 이 교사는 동료 교사들에게 학급 내 학생 간 갈등으로 인해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다는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지난달엔 양천구의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고, 인천에서도 특수학급 교사가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 실상을 보여주는 참담한 일들이 아닐 수 없다. 교육당국은 철저한 조사로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교권을 보호할 실효적인 조치를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동료 교사들 전언에 따르면, 서초구에서 숨진 교사는 최근 몇몇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에 괴로워했다고 한다. 교무실로 찾아온 학부모로부터는 “교사 자격이 없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양천구의 교사는 상담 수업 대신 체육 수업에 가겠다는 제자를 설득하다 봉변을 당했다. 정당한 교육 활동을 하던 교사가 폭행당한 데 이어 안타깝게 사망하는 사건까지 벌어지자 전국 각지 교원들이 추모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달라는 외침이었다.

학교 현장의 교권 추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6년간 학생·학부모가 교사를 상해·폭행한 사건이 1249건에 이른다. 코로나19 유행기를 빼곤 해마다 증가세다. 이렇다 보니 교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서 전국 교원 6700여명 중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23.6%에 불과했다. 교사의 87%가 지난 1년 새 이직·사직을 고려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교사들이 일상적인 생활지도를 하다 학부모들로부터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일이 늘고, 학생의 수업방해·욕설·폭력에 노출되는 사례도 훨씬 잦아졌다. 교원의 77%는 학생 생활지도를 한 뒤 신고 불안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무분별한 신고와 무고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피해 교사를 지원하는 대책이 없는 게 문제다. 악성 신고에 응당한 책임을 묻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 피해 교사에게 상해치료와 심리상담, 법률자문 등을 해주는 지원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장되도록 교원지위법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을’이 되고, 교권이 무너지는 사태를 좌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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