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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권 카르텔’은 어디에 있을까

입력 2023.07.24 03:00

수정 2023.07.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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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정의하는 카르텔이
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특정 집단이 특정 분야 독과점을
만약 카르텔이라고 이른다면
이 정부야말로 ‘검찰 카르텔’이다

요즘 ‘카르텔’(cartel)이란 표현이 유행이다. 이 용어는 ‘파피루스 한 겹’을 의미하던 그리스어인 카르테스에서 유래되었는데, 17세기 말부터 정치적 분쟁을 문서로 해결하는 관행이 유럽에서 온전히 자리 잡으며 쓰이기 시작했다. 이 무렵부터 유럽의 국가들은 휴전, 전쟁의 종결, 이에 따른 포로 교환 등의 문제를 문서로 명확히 해결하였는데, 이렇듯 ‘전쟁 중인 국가 간의 문서화된 합의’를 뜻하는 말이 ‘카르텔’이었다. 이렇게 정치적 기원을 지닌 ‘카르텔’이란 용어는 20세기가 가까워질 무렵엔 국가 정부 간의 국제적 합의를 지칭하는 말로 의미가 확대됐다.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카르텔이 국제합의를 뜻하는 정치적 의미와 달리 경제적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곳은 19세기 중엽 독일이었다. 이 당시 독일은 프로이센을 비롯해 올덴부르크, 작센, 헤센 등과 같은 수많은 공국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각 공국은 철도건설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공국 간의 관세가 다르고 철도 관련 기술도 달라 많은 불편을 초래했다. 이에 1846년 독일 민족을 이루는 공국들의 철도경영자들이 모여 ‘독일철도경영자협회’를 만들어 관세를 통일하고 기술도 표준화했다. 이때 카르텔(Kartell)이란 용어가 처음 쓰였고, 이 관세 카르텔은 이후 독일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보면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카르텔은 그 시작에 있어 부정적 의미보다는 오히려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시장에서 동종 업계의 독과점을 목적으로 하는 카르텔이 전 세계적으로 등장했다. 이런 카르텔이 완전히 잘못된 길을 들어선 건 1930년대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히틀러의 독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스페인의 프랑코와 같은 (유사) 파시스트 권력이 카르텔을 이용해 기업 체제를 조직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 카르텔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중에 카르텔을 완전히 거부하는 방향으로 간 데는 이런 파시스트 권력과 카르텔의 결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권위주의 군사정권 아래 독점 재벌이 성장한 우리나라 역시 카르텔이 지닌 부정적 역사와 그 연관을 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이권만을 추구하는 카르텔의 부정적 측면은 기업이 아니라 전혀 다른 데 있다. 윤 대통령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좀 먹는 카르텔은 ‘민간·시민단체’ ‘노조’ ‘교육당국과 학원’ 등이다. 심지어 최근엔 수해 대책으로 이들에게 가는 보조금을 폐지하고 그 재원을 수해 복구에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간 수해 참사에까지 카르텔이 등장한 것이다.

왜 수해 복구의 재원이 국가가 이에 대비해서 해마다 미리 편성해 놓은 예산이 아니라, 수해를 일으킨 장본인도 아닌 집단에 대한 보조금 폐지에서 나와야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가 찾아낸 사실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0년 사이 한국에서 조세회피처로 빠져나간 돈이 대략 7790억달러(약 870조원)에 이른다. 2019년엔 국회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이 한국은행의 자료를 분석해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조세회피처로 송금한 금액이 약 7602억달러(약 85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관련하여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3개 대기업이 해외 조세회피처에 보유한 역외법인만 66개였다. 누군가는 사실상의 탈세나 다름없는 이런 거대한 돈이야말로 수해 복구의 재원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정의하는 카르텔이 도대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그 기준을 밝힌 적이 없다. 이 와중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진정 반카르텔 정부라면 법조 카르텔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깐 생각해봐도 법조계에서 통용되는 ‘전관예우’라는 말 그 자체가 카르텔이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만약 카르텔이 특정 집단이 특정 분야를 독과점하는 현상을 이른다면 지금의 정부야말로 ‘검찰 카르텔 정부’라 할 수 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2023년 3월까지 파악해 밝힌 현황만 봐도 쉽사리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에는 전·현직 검찰 공무원이 136명이나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장차관만 13명이 검찰 출신이다. 이러니 저절로 반문하게 된다. 진짜 ‘이권 카르텔’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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