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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백선엽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삭제 결론”

오늘부로 삭제…“법적 근거도 유족 동의도 없었다”

“불순한 의도로 명예 깎아내리려 했다는 강한 의심”

앞서 박민식 장관 “백선엽 장군, 친일파 아니다”

광복회 “국민 분열…백 장군에만 집착하는 것도 의도적”

국가보훈부는 24일 고 백선엽 장군의 안장기록 비고란에 적혀있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 문구를 삭제했다.

국가보훈부는 24일 고 백선엽 장군의 안장기록 비고란에 적혀있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 문구를 삭제했다.

국가보훈부는 고 백선엽 장군(1920∼2020)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문재인 정부 보훈처(보훈부의 전신)가 법적·절차적 정당성 없이 백 장군의 명예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이 같은 기록을 적시했다는 게 보훈부의 판단이다.

보훈부는 24일 “법적 검토를 거쳐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오늘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안장자격이 된 공적과 관계없는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족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고 면밀한 법적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되지 못했다”고 했다.

백 장군의 유족은 지난 2월 보훈처(보훈부의 전신)에 탄원서를 보내 문구 기재의 적법성과 명예훼손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였던 2019년 3월 보훈처는 보훈처와 현충원 홈페이지의 백 장군 안장자 기록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고 적시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적혀있었던 문구는 보훈부의 삭제 결론 발표 이후 모두 지워졌다.

보훈부는 “‘안장자검색 및 온라인참배’란은 사이버참배 서비스 등을 제공해 안장자의 명예를 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와 반대로 오히려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고 했다.

보훈부는 사회주의 운동과 같은 다른 경력은 안장 기록에 적혀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과거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회주의 활동 이력은 그럼 왜 기록하지 않나”며 “범죄 행위 자체에 형평성이 맞느냐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이날도 “다른 안장자에 대해서는 범죄경력 등 안장 자격과 관계없는 다른 정보는 기재하지 않으면서 특정인에 대한 특정 사실만 선별하여 기재하도록 한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백 장군을 욕보이고 명예를 깎아내리려 했다는 강한 의심과 함께 안장자 간 균형성도 간과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부정하는 유족의 입장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박 장관은 지난 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백선엽 장군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은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 장군이 독립군 토벌 활동을 한 전력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할 당시 나이가 22살이었다”며 “그 당시 만주에는 독립군이 없었고 거기 있던 사람들은 항일하던 중국인 내지는 비적들”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2005년 5월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발족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는 이명박 정부였던 2009년 11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총 1006명을 선정한 뒤 해체됐다. 백 장군은 1940년대 만주국군 장교로 침략 전쟁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올랐다.

백 장군 외에도 안장 기록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적혀있는 인물은 신태영 전 국방부 장관, 신현준 전 해병대사령관 등 11명이다. 보훈부 관계자는 “11명에 대해서는 유족의 신청이 있다면 조만간 결론을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유공자의 보훈을 책임지겠다며 지난달 출범한 보훈부가 ‘친일 지우기’ 작업의 선봉에 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보훈부가 독립유공자 서훈 기준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히자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에는 서훈을 하고 사회주의 계열 운동 이력이 있는 인물의 서훈은 박탈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복수의 보훈부 관계자 발로 이어졌다.

보훈부는 서훈 공적심사위원회 당연직 위원에서 광복회장을 제외하고 의결 조건도 완화했다. 광복회는 독립운동가와 후손들로 구성돼있다. 당시 광복회는 심사위원 자격을 복원하라며 “강력히 항의하며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광복회는 이날도 성명서를 내고 보훈부를 비판했다. 광복회는 “백 장군의 ‘친일행적’ 기록을 보훈부가 법적, 절차적 논의,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은 국민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성급한 판단으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원상복구를 촉구한다”했다.

이어 “보훈부가 많은 우선순위 속의 일들은 제쳐두고 유사한 논란을 빚고 있는 다른 국가유공 호국인사들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 없이, 유독 백선엽 1인에 대해서만 집착하는 것도 의도적이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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