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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과 상림(上林)

7월 들어 비가 잦더니, 초복이 지나서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농작물 피해는 물론 일부 지역의 제방이 붕괴하고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장마가 예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로 다가왔다.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사태가 급박한 것이 점차 피부에 와 닿는다. 홍수에 의한 피해는 과거에도 빈번했다. 그러나 미리 대비해 피해를 줄인 사례는 이미 1000년 전에도 있었다.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함양 상림(上林)이야기다.

일찍이 당나라에서 유학해 과거에 급제하고, 20대에 쓴 ‘토황소격문’으로 이름을 떨친 최치원. 귀국 후에는 조정의 여러 일을 맡아 하다가 지방의 태수, 즉 지자체장으로 부임한 곳이 천령군(함양)이었다. 큰물에서 놀던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오면 크게 낙담해 제 맡은 일을 소홀히 할 법도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함양에 남긴 그의 업적 중에는 치수 업적이 지금까지 칭송받고 있다.

홍수가 날 때마다 하천이 범람해 마을에 피해를 끼치자, 그는 강의 물줄기를 서남쪽으로 돌리고 둑을 쌓은 후,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그가 심은 나무의 종류는 알 수 없으나, 제방을 쌓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물의 범람에 대비한 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흙만 쌓아 조성한 제방보다 나무를 심은 제방이 더 견고하다. 그것은 나무가 뿌리를 뻗어 서로 흙을 붙잡고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조선 인조 때 성이성 부사가 조성한 담양 관방제림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함양 상림은 원래 대관림으로 불렸으며, 1656년에 간행한 <천령읍지>에는 상림, 중림, 하림으로 나누어 기록했다. 그 후 농지와 도시 개발로 점차 사라지고 현재는 상림만 남아 있다.

상림에는 현재 참나무류를 비롯해 120여종에 달하는 각종 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어 평상시에는 시민들의 산책과 휴식을 위한 공원 역할을 한다. 그가 함양 태수로 재직하던 때가 890년쯤이니, 지금으로부터 1130여년 전의 일이다. 최치원의 염원이었을까. 금번 폭우에 함양의 수해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물난리는 수천년 전부터 매년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홍수는 인재’라는 말까지 나온다. 미리 대비하거나 막을 수 있음에도 매번 반복되는 사고에 허탈하기만 하다. 올여름 극심한 폭우 피해를 보며, 1000년 전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던 함양 태수 최치원을 다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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