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늘려 온실가스 줄인다더니 발전 부문 배출량 감소폭 반토막

김기범 기자
원전 늘려 온실가스 줄인다더니 발전 부문 배출량 감소폭 반토막

지난해 발전 부문에서 감축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정부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3.5%가량 감축하는 데 그쳤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25일 ‘2022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잠정치를 공개했다. 확정치는 2024년 말에 나올 예정이다.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6억5450만t으로, 2021년에 비해 2260만t가량(3.5%) 감소했다. 환경부는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화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덕분에 국내총생산(GDP)이 2.6%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 환경부 제공. 사진 크게보기

최근 5년간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 현황. 환경부 제공.

부문별 배출량을 보면, 발전 분야를 의미하는 전환 부문에서 970만t, 산업 부문에서 1630만t, 수송 부문에서 80만t, 폐기물 부문에서 10만t이 감소했다. 건물 부문에서는 140만t, 농축수산 부문에서는 30만t이 증가했다.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4.3% 줄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전년 대비 7.3%, 2020년 12.3% 감소한 것에 비하면 감소폭이 줄었다. 환경부는 총발전량은 3% 증가했지만 원전 발전량 증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석탄 발전량 감소 등을 통해 전환 부문 배출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발전 부문에서 원자력이 11.4%, 신재생에너지가 23.4% 증가하고 석탄이 2.4%, LNG가 2.9% 감소한 것이 배출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추이(2018년~2022년) 사진 크게보기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추이(2018년~2022년)

지난해 발전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폭은 원전 발전량을 동결시켰던 지난 정부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완화에 따른 산업활동 회복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발전량이 4.5%가량 늘어났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400만t가량 증가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소폭이 지난 정부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정부는 자신들 성과라고 과대포장하고 있다”며 “이는 ‘원전 우선’ 정책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전환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원전 우선정책 덕분에 온실가스 감축량이 늘어났다는 환경부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원인으로 원전을 꼽았지만 1년 사이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의 결과가 온실가스 감축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는 어떤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명연장과 신규원전 추가 건설이 1년 사에 온실가스 배출량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비교적 감소폭이 컸지만 상당 부분은 경기둔화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산업은 전년 대비 배출량이 900만t가량(8.9%) 줄었는데 환경부는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철강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유연탄 소비량이 감소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분야는 전년 대비 330만t가량(6.5%) 감소했는데 역시 경기둔화로 인한 수출 감소 등에 따라 석유화학업 생산활동이 위축된 탓이었다. 두 분야 감축량을 합한 약 1230만t은 산업 부문 감축량의 75% 이상을 차지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배출 정점을 찍은 2018년의 7억2700만t보다 10% 감소한 수치이며,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당 배출량’은 전년보다 5.9% 감소한 10억원당 332t으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유진 소장은 “철강 부문 감축은 주목할만하지만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스코 고로가 생산을 멈춘 영향이 있을 것이고, 석유화학의 경우 중국의 코로나19로 인한 록다운으로 인해 중간재 수요가 줄어든 효과로 보인다”며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을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변화 결과로 포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정책위원은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국제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감축 등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계획은 지나치게 느리다는 비판을 받았던 전 정부보다 더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Today`s HOT
인도 공화국의 날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이색 축제 '코믹콘' 러시아의 베로니카 꺾고 8강 진출, 우크라이나의 엘리나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 날 열린 승리 집회
카불에서 열린 이스라엘-하마스 휴정 기념회 1월이 가장 더운 파라과이, 개울에서 더위 식히는 사람들
100주년 파트너십 맺은 영국-우크라이나의 회담 주현절을 맞이한 리투아니아의 풍경
고베 대지진 30주년 된 일본, 희생자들을 기억하다. 사람들의 인기를 끄는 상하이 EH216-S 헬리콥터 프랑스의 해안선 후퇴를 막는 산림청과 어린이들의 노력 애들레이드 사이클링에 참가한 선수들과 우승한 다니엘 헨겔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