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더 문>에서 황선우(도경수)는 유인우주선 우리호를 타고 달로 가는 작전을 수행하다 다른 대원들을 잃고 홀로 남는다. CJ ENM 제공.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만든 김용화 감독이 신작 <더 문>을 다음달 2일 내놓는다. 그간 한국 영화의 도전이 드물었던 SF 장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영화는 오히려 이 지점에서 함정에 빠진 듯하다. 대한민국 달 탐사 작전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다 보니 캐릭터의 매력과 서사가 빈약해졌다. 인물들이 터뜨리는 감정이 화려한 우주적 화면 속에서 부유한다.
2029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극중극 다큐멘터리로 시작한다. 5년 전 한국은 첫 번째 달 탐사선 ‘나래호’와 타고 있던 우주인들을 폭발사고로 잃었다.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로 유인탐사선을 쏘아올리겠다는 이상을 가진 한국은 국제우주연합을 탈퇴했다. 그렇게 완성한 2번째 탐사선 ‘우리호’에 세 명이 오른다. 황선우(도경수)는 그중 한 명이다. 작전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태양풍으로 기체에 문제가 생긴다. 이를 수리하던 두 명의 대원이 목숨을 잃고, 선우는 우주에서 고립된다. 산에 묻혀 살던 전임 우주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이 그를 구하기 위해 센터로 돌아온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인 달궤도선 메인디렉터인 윤문영(김희애)도 작전에 관여한다.
예상할 수 있듯 선우와 재국, 문영은 얽히고설킨 사이다. 인물들의 관계는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한 장면, “여보”라는 말 한마디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이 맺었던 관계의 형태를 알려줄 뿐 이들 관계의 깊이나 속성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인물들이 내리는 선택이 의아하게 느껴진다. 선우는 왜 재국의 고백을 듣고 마음을 바꾸는가. 문영은 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재국을 돕는가. 공감할 수 없는 결정들이 영화에서 ‘감동 포인트’로 비장하게 연출되다 보니 인물들과 관객의 감정선 사이에서 계속 엇박자가 난다.

전임 우주센터장인 김재국(설경구)은 선우(도경수)가 조난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센터로 돌아온다. 우리호 설계에 깊이 관여한 그가 작전을 지휘한다. CJ ENM 제공.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구출 시도는 몰입을 해친다. 재국은 선우를 구하려 갖은 수를 쓰지만 그의 노력은 번번이 물거품이 된다.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선우는 점점 더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 마지막 구출 시도는 이야기에 갑자기 등장한 인물들의 선의에 의존한다. 그간 인물들이 쌓아올린 이야기가 더 맥없이 느껴지는 이유다.
국내 최정상 VFX 기술력으로 구현한 우주와 달의 비주얼은 훌륭하다. 여러 인물 사이로 담담하게 감정을 눌러담는 도경수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김래원, 이이경, 이성민 등의 배우들이 뜻밖의 역할로 출연해 재미를 준다.
김 감독은 ‘용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5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용서, 구원, 위로 이런 키워드가 제 안에 있는 것 같다”며 “가장 값어치 있는 행동이 뭘까라고 생각했을 때 용서를 구하는 것이 떠올랐다. <신과 함께>에 이어 용서, 그리고 거기서 받는 위로 같은 것들을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 문>의 한 장면. CJ EN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