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전력’ 단체 보조금 제외, ‘블랙리스트 부활’ 안 된다

국민의힘이 ‘불법시위’ 전력이 있는 시민단체의 국고보조금을 제한하겠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당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민주노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을 ‘3대 불법 폭력시위 단체’로 꼽고 문재인 정부가 폐기한 ‘시민단체 보조금 제한 규정’을 복원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전날 내놓은 ‘불법시위 단속 실효성 강화’에 발맞추듯 보조금을 빌미로 한 여당의 ‘시민사회 옥죄기’ 구상이 뒤따른 것이다.

특위는 ‘시설·도로 점거 등 폭력 행위가 있거나 불법시위로 구속된 사람이 소속된 단체’를 불법시위 단체로 규정했다. ‘3대 불법 폭력시위 단체’와 관련해 “불법 폭력시위 78건 중 67%가 민주노총이고 전장연은 올해에만 불법 폭력행위가 23회, 대진연은 좌우 가릴 것 없이 테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2010~2017년 구속자가 발생한 불법 폭력시위 78건’에서 보듯 제한적 자료를 근거로 한 데다, 법원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사안을 불법으로 몰아붙여 위헌 소지마저 있다. 하태경 위원장은 “불법 폭력시위 단체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정부 지침이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삭제됐다”며 규정 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하겠다고 했다. 2009년 ‘3년 이내에 불법시위를 주최한 단체와 불법시위로 처벌받은 단체’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규정으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1800여개 시민단체가 보조금을 받지 못했다. 이 규정이 인권침해라는 2017년 4월 서울시 인권위원회 권고가 나왔고, 문재인 정부가 그해 9월 지방보조금 관리기준에서 이를 삭제했다. 폐지된 지 6년 만에 이 규정을 복원하겠다는 것은 ‘시민단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예고나 다름없다. “불법단체 80~90%가 진보계열”(하태경 위원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령임을 감안하면 시대착오적인 퇴행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이 시민단체 보조금 관리 강화 방침을 밝힌 뒤 감사원의 보조금 구조조정 계획, 여당의 선진화 특위 발표까지 정부의 시민단체 옥죄기가 일사불란한 ‘속도전’을 방불케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사회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려는 목적이 다분한 ‘시민단체 블랙리스트’ 부활 기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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