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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은 제로섬이 아니다

추모객들이 21일 교실에서 교사가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추모객들이 21일 교실에서 교사가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인권은 보편적이다. 인간이기에 나도 누리고 너도 누리는 것이 인권이다. 여성 참정권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올랭프 드 구주는 말했다.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 여성 참정권은 20세기 초에서야 비로소 보장받기 시작했다. 여성 참정권이 다른 성별의 참정권을 빼앗고 침해했는가? 그렇지 않다. 그동안 정치적·공적 목소리를 묵살당해 온 여성들에게까지 권리가 확장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인권은 서로 경합하지 않는다. 인권의 역사는 특정 신분·성별·인종 등에게만 보장되던 권리가 다른 이들에게로 확대되는 방향으로 쓰였다.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정부가 원인을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우려스럽다. 인권의 ‘백래시’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대립한다는 주장은 새롭지 않다. 2010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최초로 만들어질 때부터 반대하는 쪽에서는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조례는 두발 단속, 강제 야간자습, 교사의 체벌 등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모아져 만들어진 것으로 ‘학생’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던 신체의 통제·시간의 통제를 없애고 자유를 확장하는 운동이었다.

그렇다면 교권은 무엇을 의미하나.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통제권을 의미하는 걸까? 조영선은 <인권을 만난 교육, 교육을 만난 인권>에서 교권의 근거를 헌법 제31조에 보장된 교육권에서 찾는다. 교육권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이며, 이를 위해 교사가 수단적 권리로 자주성·전문성을 보장받는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학생인권과 교육권은 충돌하지 않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폭염 속에 교사들은 거리에 나서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다”며 교육권으로서 ‘교권’을 외쳤다. 교사들의 분노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교사에게 떠넘기고 어떤 제도적 해결장치도 만들지 않은 교육당국과 학교로 향했다. 그렇다면 교사의 교권을 침해한 것은 정부와 학교다. 조영선은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일을 교사 1인이 담당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과도한 책임과 업무 속에서 교사들은 탈진하며, 학부모들은 유일하게 항의할 수 있는 ‘공식 창구’인 민원으로 교사를 압박한다.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교권 침해’라는 말로 뭉뚱그리는 것은 현실에 작용하는 복잡한 위계를 가린다. 젊은 여성 교사가 남학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면 그것은 젠더권력이 작동한 결과이며, 저연차 교사가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연령차별이 교차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후 인류의 위기의식 속에 만들어졌다. “인류 가족의 모든 구성원이 지닌 타고난 존엄성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남과 똑같은 권리 그리고 빼앗길 수 없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자유롭고 정의롭고 평화적인 세상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인권은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없다. 정부가 터져나온 교사들의 분노에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정으로 답하는 것은 교육현장을 개선할 중요한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것이다.



이영경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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