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철근 누락 단지 15곳 중 13곳 설계업체에 ‘LH 퇴직자’ 근무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철근 누락 단지 15곳 중 13곳 설계업체에 ‘LH 퇴직자’ 근무

입력 2023.08.02 06:00

‘전관 특혜’ 발주 가능성…업체 선정한 LH 책임론 커질 듯

전문가들 “용역 입찰, 기술 아닌 가격·로비 경쟁이 대부분”

철근 없이 시공한 공공주택 단지의 설계업체 대부분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자들이 근무하는 ‘전관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 누락 원인 대다수가 설계 오류로 판명 난 만큼 업체 선정에 대한 LH 책임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경향신문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동 분석한 결과 철근이 빠진 채 시공된 15개 단지 중 13곳의 설계업체가 LH 퇴직자가 근무 중이거나 장기간 근무한 전관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철근이 빠진 이유가 시공이 아닌 설계 문제로 파악된 10곳 단지 중 전관 업체는 파주운정 A34 단지 설계를 맡은 SI건축사사무소, 수원당수 단지 설계회사 이어담 등 최소 8곳에 달했다.

문제가 된 공공주택을 설계한 업체들이 낸 오류는 크게 구조 계산 오류, 계산 누락, 도면 표현 누락, 착공도서 누락 등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계산 오류는 구조설계사가 컴퓨터에 입력한 값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계산 누락은 계산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며, 도면 표현이나 착공도서에 누락된 것은 모두 계산값을 다른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부실이 발생한 것은 기술력 경쟁이 일어나기 어려운 ‘전관 특혜’ 발주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홍섭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설계나 감리 등 용역 입찰이 시작되면 심의위원들에 대한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들어간다”면서 “LH 발주 공사에 LH 전 직원들이 영업을 뛰면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 업계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박문서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기술력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입찰은 가격 경쟁, 로비 경쟁이 주가 된다”고 말했다.

전날 경실련은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 사업 설계용역 수의계약에서 전관 업체가 용역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현재 설계 과정에선 구조 설계를 맡은 하급직 실무자가 컴퓨터로 값을 산출하면 그 위 상급 중간관리자, 최종적으로는 설계사무소 소장이 오류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초기 오류가 발생해도 검토 과정에서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조 설계를 포함한 설계 전체의 단가가 너무 낮아서 충분한 인력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 등에 적용하는 표준형 건축비 자체가 낮아 구조 설계 등이 적절하게 수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