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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철근누락’ 설계사들 LH용역 124건 무더기 수주···부실 위험 확대되나

2015년~2020년 LH 용역 사업 분석

124건 중에는 입주완료된 대단지 아파트도

모 설계사, 이틀 간격 사업 수주하고 부실 내기도

2일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이한준 LH 한국토지주택공사 CEO가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근절대책 논의를 위한 임원 및 전국 지역본부장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2일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이한준 LH 한국토지주택공사 CEO가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 근절대책 논의를 위한 임원 및 전국 지역본부장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철근누락’ 아파트 설계사 14곳이 2015년~202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 124건을 무더기 수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에는 이미 입주가 마무리된 1000세대 대단지도 포함됐다. 국토부는 무량판식 지하주차장만 조사했는데 다른 현장에서도 광범위한 설계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LH 퇴직자가 근무한 전관업체는 이틀 간격으로 LH사업 2건을 수주하고 설계 오류를 범했다.

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철근 누락이 확인된 아파트 설계사들 중 14곳이 2015~2020년 따낸 LH 사업은 124건에 이른다. 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자체 정리한 전체 LH 공모사업 536건 중 23%에 달한다. 13곳은 전관업체로, 사실상 소수 전관업체가 같은 기간 LH사업의 상당 부분을 가져갔다고 볼 수 있다.

수주 내용을 살펴보면, 대단지 아파트 설계가 다수 포함됐다. A건축사사무소가 2015년 수주한 김포 1134세대 아파트 사업은 입주가 이미 완료됐다. A사무소는 국토교통부 전수조사에서 구조계산을 빠뜨려 필요 전단보강근을 넣지 않은 게 확인된 업체다. 또 다른 설계 오류 업체인 B사무소가 따 낸 성남 주상복합 5개동 사업은 1136세대 규모로 현재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부실설계 업체들이 맡은 사업은 갯수나 규모면에서 크고 다양하지만 지난 5월~7월 진행된 국토부 전수조사에서는 대부분 빠졌다. 조사 대상을 무량판 구조로 된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 단지 91곳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정교하게 설계하고 이를 치밀하게 검토를 하지 않으면 뭐든 누락될 경우가 많다”며 “무량판 외에도 문제되는 게 실상은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력, 시간 부족에 재하청 많아…철근 빠뜨리는 실수로

소수의 전관 설계업체가 같은 기간 여러 사업을 동시에 맡으면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C사무소는 이번 국토부 조사에서 822세대 충남 아파트 단지의 도면에 전단보강근 표현을 빠뜨리는 실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무소는 2019년 같은 달 이틀 간격으로 부산과 충남에서 진행되는 LH 사업을 동시에 따냈다. 두 사업을 동시 진행하면서 도면 검토가 느슨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한 민간 설계사는 “구조사무실과 설계업체가 도면을 확인해서 납품하기 때문에 전단보강근이 빠져있으면 물어보면서 체크할 수 있다”면서 “이번 문제는 설계자가 구조기술사를 믿고 그대로 가면서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관행적인 재하청도 부실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설계와 관련된 자격증이 없는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사업의 설계업체도 무자격 업체에 도면 그리는 작업을 재하청 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업체들이 일이 넘치면 구조해석이나 도면 그리는 일을 아웃소싱하고 기술사는 도장만 찍는 일이 매우 흔하다”라며 “원래는 건축사무소가 다 해야하지만 이윤 추구 목적 때문에 인력을 그만큼 고용해놓지 않고 필요할 때 하청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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