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한국주택토지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 원인을 노조 탓으로 돌리며, 건설현장에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 따른 무리한 공공임대 공급계획이 부른 정책 실패”라고 주장했다. LH의 전관 폐해와 안전불감증이 부른 부실시공을 ‘건폭’ 탓, ‘임대주택 확대 정책’ 탓, ‘전 정부’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야말로 심각한 오처방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아파트 부실시공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TF를 구성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국정조사 추진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문제가 된 아파트 설계업체 대부분이 LH 퇴직자들이 근무하는 전관업체”라며 이권 카르텔에 의한 부실시공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당정은 이참에 ‘건설현장 정상화 5법’ 입법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5법엔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건설산업기본법,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는 사법경찰직무법, 노조의 채용 강요 시 형벌을 부과하는 채용절차법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지난 5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으로 지목한 ‘건폭’과 노동자들의 파업을 겨눈 법안들이다. LH의 직무유기와 설계·시공 감리회사 간의 복잡한 이권 카르텔이 주된 표적이 되어야 할 정부 대책에 ‘노조 때리기’가 또 하나의 초점이 된 꼴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 정권은 왜 3불(부실 설계·시공·감리)이 횡행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를 겨눴다. 그 와중에 ‘2017년부터 본격화된 공공임대 공급 계획이 부른 정책 실패’라는 박 정책위의장의 말이 더해졌다. 여당 지도부는 1일 “무량판 공법 지하주차장은 우리 정부 출범 전 부실이 이뤄졌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 말에 보조를 맞췄다.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지 않고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제가 된 LH 아파트 다수의 준공·감리는 현 정부에서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시급한 민생 현안으로 정쟁을 부른 여권의 언행은 가볍고 무책임하다.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는 건설현장에서는 오래된 구조적 병폐로 지목한다. 발주처·시공사·설계사·감리사가 얽힌 이권 카르텔, 불법하도급과 인건비 쥐어짜기 병폐, 이를 방치한 국토교통부의 잘못이다. LH 아파트 부실시공의 불똥이 임대주택 확대 정책으로 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여권은 전 정권·노조 탓을 중단하고, 철저한 현장조사 후 건설비리를 끊어낼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