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충돌 주식 매각’ 불복한 유병호와 감사원의 내로남불

요 근래 10년간 감사원에서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주식매각 결정에 따르지 않은 유일한 이가 유병호 사무총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공무원으로 넓혀 직무관련성 주식 통보자를 봐도 극히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한다. 공직윤리의 모범을 보여야 할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런저런 핑계로 백지 신탁이나 주식 매각 결정을 따르지 않으며 이해충돌 의심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유 총장은 지난해 재산공개 때 배우자가 바이오 기업들의 주식을 8억여원치 보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보건복지부나 그 산하기관이 감사원 감사 대상이고, 특히 코로나19 백신 수급 감사도 예고된 상태였다. 다분히 감사 지휘자의 직무관련성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백지신탁위원회에서는 바이오 기업들의 주식을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유 총장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공직자윤리법 조항의 위헌심판 제청도 냈다. 감사원은 당시 ‘(이 기업이) 감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10년간 ‘이해충돌 주식 매각’에 불복한 유일한 감사원 사람이 유 총장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4대강 보, 방통위·공영방송, 월성원전·태양광, 국민권익위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감사를 이어왔다. 감찰 대상 논란을 벌인 선관위도 감사 중이다. 여당이 전 정권 의혹이나 이슈를 제기하면 감사원이 나서 수사 의뢰하고, 검경이 수사에 착수하는 공식이 반복되고 있다. 표적 감사 시비도 자주 되풀이되고, 그때마다 감사원의 독립성·중립성 논란의 중심엔 유 총장이 자리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선 현 정권의 ‘감사원 돌격대장’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타 기관 잘못을 낱낱이 따지는 감사원 조직도 정작 내부 비위엔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16명의 내부 직원이 징계 조치를 받았지만 대다수는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강제추행 혐의 직원조차 고작 1개월 징계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그나마 내부 정기감사로 적발한 건 하나도 없다. 또 다른 기관의 특활비를 감사하면서 자신들의 특활비는 비공개하고 ‘셀프 감사’를 한다. 백지신탁위의 이해충돌 의혹 주식 매각을 거부하고 있는 유 총장이나 그 지휘를 받는 감사원 모두 ‘내로남불’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감사원은 도대체 누가 감사하나’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안과 밖이 다른 잣대로 어찌 공무원의 청렴성을 추상같이 재단할 수 있겠는가.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신뢰 위기에 처했음을 무겁게 새기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 앞에 세워진 감사원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 앞에 세워진 감사원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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