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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한민족이 없다

입력 2023.08.07 20:26

수정 2023.08.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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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광복절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다. 그래서 고민하게 됐다. 대한민국에 민족은 있을까? 동일한 혈통과 언어와 문화전통을 지닌 한민족은 있는 것일까? 일제강점기 시절에 혹독한 시련 앞에서도 대한독립을 외치다 산화해간 독립운동가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뭐라 말할까?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4·16재단 상임이사

대한민국에는 세 개의 민족이 있는 것 같다. 제1민족은 사대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명나라에 이어 청나라에 복종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일왕을 위해 목숨 바칠 것을 맹세했다. 해방 뒤에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조공을 들여왔고, 지금도 그렇다. 일본군 위안부들이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를 찾아주려고 나서기보다 이들의 권리를 묵살하는 데 발 벗고 나선다. 상전과의 관계가 어그러진 불편한 상황을 어떻게든 바로잡아보려고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는 짓마저 적극 나서 대변하고 있다. 항의 한번 못해보고 그들의 반도체도, 자동차도 미국의 시장을 위해 열심히 협력한다.

제 나라 국민들의 사정보다 미국의 경제 사정부터 챙긴다. 강대국이 ‘지주’라면 제1민족은 ‘마름’ 정도 될 것이다. 마름은 지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 마름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알아서 지주의 의지를 읽고, 행한다. 마름은 늘 초조하다. 우리는 5년에 한 번씩 마름들의 대표를 선출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제2민족은 헌법에만 권리가 보장된 무권리의 사람들이다. 아감벤이 말하는 호모 사케르에 해당하는 가장 많은 인구의 사람들이 해당될 것이다. 매일 죽어나가면서 이 체제를 떠받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사람들이다. 제1민족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그들이 허용한 몫을 혈투를 벌이면서 쪼개 갖는다.

근면과 성실로 제1민족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분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법과 규율도 잘 지키고, 지시에도 잘 따르고, 세금과 과태료, 벌금도 미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무권리의 상태로 살다가 4년 또는 5년마다 권리의 보유자임을 확인하는 투표를 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당은 없거나 너무 약체이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제1민족에 속한 정당 후보 중에 누군가에게 투표하고, 여지없이 배신당하는 민족이다.

제3민족은 이주민들이 해당될 것이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자신의 조국이 아니다. 자신의 조국을 떠나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일자리를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제2민족에서 탈락한 소수자와 약자들도 이쯤에 해당할 것이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한다. 때로는 ‘투명인간’으로 살아간다. 모욕은 그들의 몫이다. 불가촉천민처럼 인격권마저 보호받지 못하는 자리에 이들이 있다. 제3민족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하부를 떠받치고 있지만 언제고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은 제1민족이 지배하는 국가다. 그들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족이다. 제1민족이 갖는 사대성은 탐욕성과 연결된다. 그들은 정치권력도, 경제권력도, 사회·문화권력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낸시 프레이저가 말한 “걸신들린 짐승” “식인 자본주의”를 속성으로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1년에 산업현장에서 2000명 이상이 죽어나가고, 생활전선에서는 1만5000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죽어나가도 법과 제도와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 매년 대형참사로 사람이 죽어나가도 말로만 예방을 하다가 참사가 나고 나서야 허둥대는 짓을 반복한다. 제1민족은 산업현장에서 죽어갈 일도, 경제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에 내몰릴 일도, 참사의 현장에 있을 이유도 없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연민과 애도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제2민족은 언제까지 차별과 멸시와 배제를 당한 채로만 살아가지 않는다. 제1민족의 과도한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있고, 그런 시민들은 때로는 정치권력마저 변경시켜왔다. 그러므로 이제 중요한 것은 제2민족 중심의 사회를 복원해내는 일이 될 것이다. 제1민족의 한 부분에 자신의 운명을 의탁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치를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가진 시민들이 제1민족의 독식체제를 종식시켜 갈 것이다. 제3민족과 연대하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 연대를 통한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에 대한 꿈을 올해 8월15일에는 많이 나누고 싶다. 죽음의 체제를 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얘기하는 광복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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