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사고는 정부가, 뒷수습은 K팝 스타가?

임지선 기자

11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공연

당초 출연진 명단 없던 ‘뉴진스’ 섭외

군복무·개인활동 중인 BTS까지 소환

“문화가 정치에 종속 인식” 지적도

뉴진스가 지난 3일 미국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진스가 지난 3일 미국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중음악을 향한 정부의 시선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K팝 스타를 급하게 섭외해 국가 행사의 난맥상을 덮으려는 시도는 문화를 정치에 예속된 것으로 보는 구시대의 방식을 연상케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초 전북 부안 새만금 잼버리 행사장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던 ‘잼버리 K팝 콘서트’를 태풍 여파로 11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문체부는 콘서트 출연 아티스트 등 공연의 구체적인 구성과 진행 내용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했다.

걸그룹 뉴진스는 출연 가능성이 높다. 뉴진스는 당초 잼버리 콘서트 출연진 명단에 없었으나 날짜와 장소가 바뀌면서 기존 출연진이 나오지 못할 상황이 되자 급히 섭외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은 공연 날짜와 시간이 바뀌면서 뉴진스 이외의 다른 가수들을 섭외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콘서트와 같은 날 열리는 KBS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는 결방됐다. 잼버리 K팝 콘서트 주관 방송사인 KBS는 전날 “<뮤직뱅크>의 11일 방송은 결방된다”고 밝혔다. 이유는 거론하지 않았지만 인기있는 K팝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뮤직뱅크>가 동시간대 방송되면 콘서트 무대에 오를 가수들을 섭외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방 조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잼버리 K팝 콘서트가 ‘11일 전주’에서 열리기로 1차로 시간·장소를 바꿨을 때는 같은 날 열리는 전주뮤직페스티벌(JUMF)에도 불똥이 튈 뻔했다. JUMF 총감독인 전주MBC 이태동PD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관 방송사에서 전화가 왔다. 금요일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주요 가수)를 같은 날 전주에서 1시간 전에 열리는 잼버리 폐영식 K팝 콘서트에 출연시키려 하니 양해를 부탁하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기존 출연진이 일정 변경으로 나오기 어렵자 인근 무대에 오르는 출연진을 섭외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입대한 방탄소년단(BTS)까지 소환했다. 성 의원은 8일 자신의 SNS에 “국방부는 11일 서울에서 있을 K팝 콘서트에 현재 군인 신분인 BTS가 모두 함께 참여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도 지난 6일 브리핑에서 BTS 출연 여부를 묻자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공연을 5일밖에 앞두지 않은 시점에 여지를 두는 모호한 답변을 하면서 출연을 압박한 것이다.

BTS의 진과 제이홉은 군복무중이다. 뷔는 다음달 첫 솔로 앨범을 준비하는 데 한창이다. 각자 개인활동을 하고 있는 그룹 멤버들에게 준비 없이 무대에 오르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BTS는 지난해 10월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BTS 옛 투 컴 인 부산’ 콘서트 때도 유사한 일을 겪었다. 무료였던 공연 비용을 유치위원회가 아닌 하이브 측이 부담했다. 당시 진의 입대 전이라 병역을 볼모로 공연 비용까지 부담시키는 거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가수들은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인다. K팝 스타들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치솟으면서, 무대에 대한 기준도 높아졌다. 무대 위 아티스트의 일거수일투족은 낱낱이 팬들의 분석 대상이 된다. 무대 장소, 시간, 성격에 따라 조명, 동선, 음향 등을 모두 달리할 정도로 신경써야 한다.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되는 <뮤직뱅크>와 상암 월드컵 경기장 무대는 전혀 다르다. 군복무중인 아티스트에게 3~4일 뒤 무대에 서라는 요구 역시 K팝 스타의 무대를 ‘장기자랑’처럼 여기는 구시대적 인식에 기인한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너무 화가 난다. 관의 무능을 K팝 아이돌 가수에게 해결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며 “한국 관료들은 문화가 정치에 종속되어 있다는 구태의연한 인식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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