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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단장 “국방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 없었다”…국방부에 반박

입력 2023.08.09 14:21

수정 2023.08.0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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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실명 입장문 내고 국방부 정면 반박

“법무관리관 개인 의견과 차관 문자 전달받았을 뿐

대통령의 ‘엄정·철저 수사’ 지시 따랐다”

국방부·해병대 “장관 지시 전달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5월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5월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9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민간경찰에 이첩한 논란과 관련해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 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하는 시기를 늦추라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됐고 ‘집단항명 수괴’ 등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실명으로 내고 “수사 결과 사단장 등 혐의자 8명의 업무상 과실을 확인했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해병대 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 보고했다”며 “국방부 장관 보고 이후 경찰에 사건 이첩 시까지 저는 그 누구로부터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 다만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개인 의견과 (국방부)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이는 그동안 국방부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입장문 내용 중에서 박 대령과 국방부 양측의 주장이 부딪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신범철 차관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명백하게 이 장관의 지시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박 대령에게 이를 전달했는지, 만약 그렇다면 신 차관이 이를 해병대 지휘부에 전달한 방식과 내용이 무엇인지 등이다. 전자는 박 대령의 ‘항명’ 혐의와 후자는 수사단에 대한 ‘외압’ 의혹과 연관돼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이 장관에 수사결과 보고서를 보고했고 이 장관은 결재했다. 그런데 이 장관이 이튿날인 31일 국외 출장을 떠나기 전 갑자기 해병대에 경찰 이첩을 보류할 것을 지시했다고 국방부는 주장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제가 알기로는 (장관이) 해병대 부사령관을 통해서 직접 대면으로 전달했고 부사령관이 사령관에게 장관의 지시를 전달한 것”이라며 “분명히 (이 장관의) 추가 정상적인 지시가 있었다. 구두로 지시된 명령도 명령의 효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듣지 못했다는 박 대령의 주장과 상반된다. 장관의 명령이 하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 대령의 항명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박 대령 측은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차관이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이 없다. 장관의 지시를 구두로 중간에 전달한 사항은 있다”고 했는데 이는 박 대령의 “차관의 문자 내용만 전달받았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이 쟁점은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외압 의혹과 관련이 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신 차관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특정 인원의 혐의 관련 내용은 삭제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사령관은 이를 박 대령에게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신 차관이 특정인을 제외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다.

박 대령은 입장문에서 “법과 양심에 따라 수사하고 (채 상병의)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는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건 발생 초기 윤석열 대통령께서 엄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하셨고 저는 대통령님의 지시를 적극 수명하였다”고 했다. 그는 “지난 30년 가까운 해병대 생활을 하면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항상 정정당당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하였다. 해병대는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한다. 그러한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저에게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정정당당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이 전하규 대변인의 브리핑 이튿날 실명을 내걸고 정면 반박하면서 의혹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두 가지 쟁점 모두에 대한 국방부 주장이 사실이라고 입을 열었다. 김 사령관은 이날 기자에게 “이첩 보류를 (박 대령에게) 지시했고 차관님과는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해병대 사령부도 입장문을 내고 “김 사령관은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사망사건 관련 자료 이첩 시기 연기에 대해 명시적으로 지시했다”며 “신 차관으로부터 사건과 관련한 문자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로 장관의 지시를 전달한 것이다. 진실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차관은 문자를 보낸 사실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현재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는 관련자들의 과실이 나열돼있으나 과실과 사망 간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어 범죄 혐의 인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방부는 조사본부가 해병대의 수사 내용 자체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므로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아니라 ‘재검토’라는 입장이다. 조사본부는 혐의 사실이 충분하게 설명되지 않는 혐의자들은 삭제하고 경북경찰청에 이첩할 것으로 보이며 이첩까지는 2~3주 가량 걸릴 전망이다.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된 박정훈 대령의 입장문. 박 대령 측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 제공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된 박정훈 대령의 입장문. 박 대령 측 변호인 김경호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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