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카눈이 밤사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 지역으로 올라가 열대저압부로 소멸한 11일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신속하고 안전한 피해 복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카눈’이 11일 오전 3시쯤 북한 지역으로 이동한 가운데 전국에서 주택 침수와 제방 침수 등 370여건의 시설 피해가 확인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공공시설 196건, 사유시설 183건 피해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중대본부장)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태풍은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한반도 내륙을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뿌렸다”면서 “도로·제방유실, 주택침수, 정전 등과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전날 대구 군위군에서 67세 남성이 하천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대구 달성군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60대 남성이 소하천에 추락한 후 실종됐다. 다만 중대본은 이를 태풍 피해가 아닌 안전사고로 분류했다.
이 장관은 “홍수 통제소와 산림청 등 관계 기관에서 전파한 위험 상황을 각 지자체 상황실을 통해 부단체장에게 즉각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인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집계된 주택 침수는 30건, 주택 파손이 3건이다. 특히 지난 9일 이후 고성에 400㎜가 넘는 비가 오는 등 태풍 상륙 이후 집중호우가 내린 강원 지역에서 19건, 대구에서 주택 침수 11건이 보고됐다. 상가 침수(총 16건) 역시 대구에서 가장 많은 15건이 확인됐다. 토사 유출은 8건(부산 7건), 간판 탈락 등 기타는 124건이다.
도로 침수·유실은 70건(부산 39건, 경북 19건 등)이며 토사 유출은 6건, 제방 유실 10건이다. 교량 침하 2건, 가로수 쓰러짐을 포함한 기타 103건 등이다. 시설 피해는 향후 집계되는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으로 부산·울산, 대구, 경남 등 전국에서 4만358가구가 정전됐으나 현재 94.2%가 복구됐다.
경남·전남 등지의 농작물 침수나 낙과 등 피해는 여의도(290㏊)의 3.5 배에 달하는 1157.9㏊ 규모다. 농경지는 11ha가 유실됐고, 비닐하우스는 0.7ha가 파손됐다. 토종닭 150마리도 폐사됐다.
태풍으로 인한 이재민은 17개 시도 126개 시군구에서 1만1717가구, 1만5883명이 발생했다. 경북(9804명)이 가장 많고, 경남(2967명), 전남(977명), 강원(869명) 순이다. 일시 대피한 시민 가운데 8568가구, 1만1388명은 집으로 돌아갔으나 나머지는 마을회관 등 임시 주거시설과 친인척집 등에 머물고 있다.
전국 도로는 676곳과 둔치주차장 296곳, 하천변 605곳, 해안가 199곳은 여전히 통제 중이다. 국립공원 20개 공원의 500여개 탐방로와 숲길 전 구간 등도 진입이 금지돼 있다. 여객선은 25개 항로, 29척 운항이 중단됐다. 이날 오전 항공편은 인천(6편)과 김포(3편) 등 국내외선 총 17편이 결항됐다.
지반 약화·낙석 우려 등으로 운행이 중단됐던 영동선(강릉∼석포)과 태백선, 경북선, 경전선, 충북선(일부)은 이날 오전 피해 복구가 완료돼 정상 운행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11일 오전 6시 평양 남동쪽 약 80㎞ 육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 전국 모든 태풍 특보가 해제돼 위기 경보도 오후 3시 ‘관심’으로 내려갔다. 중대본은 비상 1단계도 해제했다.
이 장관은 “태풍은 지나갔지만 피해를 입은 국민께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다시 한번 힘써야 할 때”라며 “대피 장소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돌발성 국지 호우에도 유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