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림동 흉기난동 피의자 조선(33)이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검찰이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 사건 피의자인 조선(33)을 11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조씨가 게임중독 상태에서 사회적 좌절과 열등감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로 표출돼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부장검사)은 조씨를 살인미수, 절도, 사기 및 모욕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부근 골목에서 거리에 서 있던 피해자 A씨(22)에게 다가가 식칼로 A씨의 신체를 18회 가량 찔러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는 또다른 피해자 B씨(32), C씨(31), D씨(30)의 신체 등을 수십여차례 찔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는다. 조씨는 약 2분 동안 110m 구간의 골목에서 식칼로 4명의 피해자에게 총 40여회 흉기로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에겐 범행 직전 인천 서구에서 서울 금천구까지 택시를 무임승차하고,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마트에서 식칼 2개를 절도한 뒤 또다시 택시 무임승차를 한 혐의도 적용됐다. 조씨가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에 대해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조씨는 범행 전 증거인멸을 하고 범행도구를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 전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범행 당일에 컴퓨터 저장장치를 파손했다. 범행에 사용할 식칼을 구입하면 의심을 살 것을 염려해 마트에서 식칼 2자루를 몰래 훔쳤다.
검찰은 조씨가 대학, 취업, 결혼 등의 실패로 인한 사회적 좌절과 고립을 겪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조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매일 집에서 게임과 동영상 시청,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작성에 몰두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에 따른 불만과 좌절, 열등감이 적개심, 분노로 표출돼 ‘이상동기 범죄’로 나아갔다고 봤다. 이상동기 범죄란 뚜렷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동기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벌이는 폭력적 범죄를 뜻한다.
검찰은 조씨의 게임중독 상태도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조씨가 최근 8개월간 대부분의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 채널을 시청하는 등 게임중독 상태였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조씨는 게임 플레이어가 1인칭 시점에서 무기나 도구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슈팅 게임에 빠져 있었다”며 “조씨가 마치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듯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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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과 관련해 모욕 혐의로 고소돼 경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은 것도 범행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조사됐다. 조씨가 출석요구를 받은 뒤 젊은 남성에 대한 공개적 살인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봤을 때) 자신을 고소한 남성이 떠올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담수사팀을 비상대응팀으로 유지해 국민의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위협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흉기 난동 등 이상동기 강력범죄, 살인예고 등 모방범죄에 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