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눈’, 주택 침수 등 370여건 피해
지난달 폭우 피해 경북·충북 등
사전 대피·지하차도 통제 ‘총력’
한·일·대만에 보름 가까이 피해
전국 대부분 지역 다시 ‘무더위’

지난 10일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대구 군위군 효령면 병수리에서 둑이 터지며 숨진 60대 남성 운전자의 차량이 11일 모습을 드러냈다. 보닛을 비롯해 차량 전체에 진흙이 묻어있는 등 침수 흔적이 역력했다. 연합뉴스
제6호 태풍 ‘카눈’은 11일 오전 1시쯤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지만 주택 침수와 제방 침수 등 370여건의 시설 피해가 확인됐다. 태풍이 지나간 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무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공공시설 196건, 사유시설 183건 피해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대구 군위군에서 67세 남성이 하천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대구 달성군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60대 남성이 소하천에 추락한 후 실종됐다.
중대본에 집계된 주택 침수는 30건, 주택 파손이 3건이다. 집중호우가 내린 강원 지역에서 19건, 대구에서 주택 침수 11건이 보고됐다. 상가 침수 역시 대구에서 가장 많은 15건이 확인됐다. 도로 침수·유실은 부산 39건, 경북 19건 등이다.
경남·전남 등지의 농작물 침수나 낙과 등 피해는 여의도의 3.5배에 달하는 1157.9㏊ 규모다. 농경지는 11㏊가 유실됐다. 태풍으로 인한 이재민은 17개 시·도 126개 시·군·구에서 1만1717가구, 1만5883명이 발생했다. 경북(9804명)이 가장 많고, 경남(2967명), 전남(977명), 강원(869명) 순이다.
기상청은 당초 우려보다 카눈 피해가 적었던 것에 대해 취약지역 주민 대피와 외출 자제, 교통 통제 등 사전대비가 이뤄진 영향으로 보고 있다. 각 지자체는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하기 전부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달 집중호우 때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경북도는 재해 위험 지역에 사는 주민 1만70명(7427가구)을 미리 대피시켰다. 지난달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은 충북도는 주요 지하차도를 통제했다. 서울시도 27개 하천 및 주요 등산로와 둘레길 380개 노선 통행을 막았다. 부산시는 도시철도 1~4호선 지상 구간 운행을 중단하고 광안대교 등 해안 교량의 양방향 통행을 제한했다.
기상청은 카눈이 11일 오전 6시쯤 북한 평양 남동쪽 80㎞ 지점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됐다고 밝혔다. 이번 태풍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8월 일 강수량과 풍속 극값이 경신됐다.
일반적으로 태풍의 수명은 닷새 정도인데 카눈은 그 3배가량을 태풍으로서 세력을 유지했다. 카눈은 두 차례의 급격한 방향 전환을 거쳐 한국·일본·대만 등 3개국에 피해를 끼친 태풍으로 기록됐다. 또 한반도에 머문 시간은 총 21시간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카눈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한반도 남북을 종단하지는 못했고,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백두대간을 넘은 첫 태풍으로만 기록됐다.
8월 일 강수량 극값이 경신된 곳은 368.7㎜의 비가 내린 속초(종전 295.5㎜, 2002년 8월31일)와 북창원(261.1㎜, 종전 243.5㎜ 2014년 8월25일) 등이다. 경남 양산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이 21.3m를 기록하면서 종전의 8월 최대 순간풍속 극값인 19.8m(2012년 8월28일)를 넘어섰다.
12일은 충청권과 남부지방, 13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곳이 많고, 습도가 높은 탓에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으로 더욱 높아져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