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대해 “경제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잼버리를 무난하게 마무리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행사를 지원한 종교계·기업·대학·지방자치단체, 잼버리 대원들을 환대한 국민들에게 사의를 표했다.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는 후안무치한 발언이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가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파행하며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산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국정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정식으로 사과부터 해야 할 일이었다.
외신들은 지난 11일 잼버리 폐영 후에도 비판적 보도를 내놓고 있다. AFP통신은 지난 12일 ‘K팝이 구출? 스카우트잼버리 폐막 콘서트에 올인’ 기사에서 “재앙이 된 행사를 수습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에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공공기관 직원 1000여명이 콘서트 지원에 동원된 것을 거론하며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표현했다. 대회 초기부터 폭염, 편의시설 미비, 비위생적인 환경과 싸우는 참가자들의 힘들고 지친 모습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한 한국이 대규모 행사 개최 능력을 보여줄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 망신에 국격마저 추락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마지막 행사인 K팝 콘서트를 밝은 표정으로 즐기는 모습에 그나마 국민들은 안도했다. 하지만 이번 잼버리가 총체적 실패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폭염과 태풍이 정부의 무책임·무능을 덮을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한국을 찾은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과 가족들, 자부심에 상처가 난 우리 국민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국가 브랜드를 지켰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정말 부끄러움은 국민들 몫인가.
이번 잼버리는 국가 운영 시스템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주요 8개국(G8)’을 자처하는 나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6년간 준비 기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도 국가 망신을 자초한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로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전 정부 탓, 전라북도 탓을 한다고 책임을 가릴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면밀히 되짚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시작은 대통령의 사과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