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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대변인실, ‘분신하면 평생 먹고 산다’ 극우매체 기자 소송 지원 시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할 당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옹호하며 “민주노총이 분신을 시도하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보장해준다”고 발언한 극우매체 기자의 소송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우성향 프리랜서 김모 기자는 2008년 한 강연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며 분신 사망한 고 이병렬씨(42·사망 당시 나이)를 두고 “민주노총 소속”이라며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은 분신하면 평생 먹고산다” “이 사람들이 친북세력들하고 합세해서 지금 사실상 체제전복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향신문이 14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김모 기자의 광우병 동영상 관련> 대통령 서면 보고서 문건을 보면, 당시 이동관 대변인 산하 언론1비서관실을 중심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정기획수석실 등이 문제가 된 강연을 인터넷에 전파하고 김 기자의 소송 지원 방안을 강구했다.

해당 문건은 2008년 8월18일 국정기획수석실이 작성한 대통령 서면 보고서로, 2018년 다스 실소유주를 수사하던 검찰이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다 확보한 청와대 문서 중 하나이다. 문건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관련 사실이 ‘기보고’ 됐다고 적시돼 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한가운데서 무슨 일이

2008년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분신사망한 고 이병렬씨의 영결식. 경향DB

2008년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분신사망한 고 이병렬씨의 영결식. 경향DB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6일. 김 기자는 한 종교단체의 철야기도회에서 <촛불시위·광우병 배후세력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프리랜서 기자인 그는 조갑제닷컴 등 극우매체에 기고했던 인물이다.

김 기자가 강연에서 “또 한 명의 분신이 시도됐다. 민주노총·민주노동당 소속”이라며 “실제로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은 분신을 시도하게 되면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해준다. 이 보상규정이 엄청나다”고 발언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해당 강연 시점은 전북 전주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철회’ 및 ‘이명박 정권 타도’를 주장하며 2008년 5월25일 분신한 고 이병렬씨가 사경을 헤매던 때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동당은 “고인을 욕되게 한 김 기자를 용서할 수 없다”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기자는 재판에서 2000만원 배상 확정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9년 1심에서 김 기자에게 각 1000만원을 민주노총·민주노동당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피고는 원고들이 조합원들의 분신자살을 교사·방조하는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원고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했다”며 “기자로 활동하면서 최소한의 조사를 거쳐 충분히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임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김 기자는 이후 항소·상고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광우병 강연 동영상’ 소송에 드리운 이동관의 그림자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작성한 문건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이 작성한 문건

이명박 청와대 국책과제비서관실은 <김모 기자의 광우병 동영상 관련> 문건을 작성해 사안을 관리했다. 문건은 “(프리랜서 기자인 김 기자가) 현재 강연 내용과 관련하여 민노당, 민노총과 소송 중”이라며 ‘정부 내 관련 조치’ 사항을 정리했다.

문건은 “촛불집회, 광우병 사태의 원인은 ①MBC·KBS의 왜곡보도와 ②정부를 전복시키고자 하는 세력의 선동에 있다”는 게 강연 내용이었다고 요약했다. 그 아래에는 해당 강연 영상의 전파와 김 기자에 대한 지원 방안이 ‘대응 조치’로 제시됐다.

대응 조치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이동관 대변인 산하 ‘언론1비서관실’이었다. “언론1비서관실 중심으로 대응 중”이라는 세부 대응사항에는 “관련 자료(김 기자의 강연 영상)를 인터넷 등에 전파하고 국회의원(김용태, 진성호 의원) 및 군(교육용) 등에 관련 자료를 제공·활용토록 조치(한다)”고 적혔다.

2017~2018년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수사 기록에 포함된 이명박 정부 대변인·홍보수석비서관실 편제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7~2018년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수사 기록에 포함된 이명박 정부 대변인·홍보수석비서관실 편제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후보자가 당시 김 기자의 소송 지원에 직접 관여한 정황도 있다. 문건에는 “소송과 관련한 지원방안 강구 중(변호사 선임 지원 등)”이라며 “대변인실에서 민정수석실에 기통보”라고 적혀 있다. 이동관 대변인실에서 김 기자 관련 소송의 경과를 파악하고 이를 민정수석실에 통보해 법적 지원 등 조치를 강구할 수 있도록 상황 공유를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건에는 “대통령(부속실)께도 관련 사실 기보고(‘08.6월)”라고도 적혔다.

<김모 기자의 광우병 동영상 관련> 문건은 국정원이 아닌 청와대 내부에서 생산됐고, 대변인실을 중심으로 청와대 내 여러 부서가 관여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 대변인 직속 비서관실인 언론1비서관실이 주무 비서관실로 언급된 사안을 당시 대변인이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기자 측 “청와대 돈 받은 것 없어“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경향DB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경향DB

문건 속 청와대 방침이 실행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당시 김 기자 측을 법률대리한 고영주 변호사는 “청와대에서 돈 받은 적이 없다”며 “(청와대에 있는) 누가 생색을 낸 모양”이라고 했다. 김 기자는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의 도움을 받은 적 없다”며 “아는 분의 소개로 고 변호사님이 무료로 변론해주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 측은 ‘대변인실이 김 기자의 소송 지원을 강구하라는 요청사항을 민정수석실에 통보한 바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자신이 수장이던 대변인실 작성 문건으로 언론장악 행적이 명확히 드러난 바, 이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후보직을 내려놔야 할 것”이라며 “5.18과 세월호를 비하한 극우 인물(차기환 변호사)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임명할 만큼 이미 편향적인 방통위에 후보자가 가세하면 방송 독립성은 조금도 기대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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