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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무책임장관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잼버리 담화는 다급했다. 중앙·지방 정부를 갈라친 속은 바로 읽혔고, 그 자체로 유체이탈이었다. 일국의 장관 셋이 공동조직위원장, 총리가 정부지원위원장이다. 열달 전 국회에 “태풍·폭염 대책 다 세워놓았다”던 김현숙(여가부 장관), 개막 3일 전 새만금에서 “사고 없도록 최선의 준비해왔다”던 이상민(행안부 장관), 연관어 ‘청소년’을 빼면 존재감 희미했던 박보균(문체부 장관)은 다 허깨비였나. 그러곤 목도한대로다. 냉방버스가 투입됐고, 화장실 청소에 1400명이 가세했다. 새만금엔 긴급 예산 99억원이, 대원들 전국 분산에 또 수백억원이 쏘아졌다. 세수 펑크난 나라에서 무슨 일인가. 총리가 할 게 걸레질인가. 그래야 움직이는 나라가 됐나. 왜 처음부터 못했나. 이 처참한 블랙코미디에 물을 게 끝 없다.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이기수 편집인·논설주간

관광! K팝! 총동원령! 야영 잼버리가 변질됐다고 외신이 혹평하는 세가지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가 브랜드를 유지했단다. 유감 표명도 없다. 대통령의 사과는 상처 입은 국민을 위로하고, 엉터리 탁상행정을 끊겠다는 다짐이다. 욕받이 된 장관이나 전북도가 질 책임과도 다르다. 하나, 대통령은 이번에도 가타부타 마침표가 없다.

제 코 석자인 장관이 잼버리 뿐일가. 예천에서 순직한 해병대원 수사가 산으로 가고 있다. 부모는 왜 구명조끼 없이 급류에 들어갔냐고 물었고, 그 수사를 덮으려 한 외압과 거짓말은 국방장관이 답할 문제로 커졌다. 원희룡(국토부 장관)은 ‘대통령 처가 땅에 고속도로 놔드리는’ 의혹투성이 사업에, 박민식(보훈부 장관)은 백선엽이 친일파 아니라는 억지에 직을 걸었다. ‘극우 유튜버’ 본색 드러낸 김영호(통일부 장관), 일 오염수 방류와 ‘시럽급여’도 핫이슈다. 모두 대통령이 가겠다는 길이다. 국회엔 그 무엇보다 격할 이동관 청문회가 임박했다.

“선친(박정희)께서 잘하신 게 있어요. 정책이나 산하기관 인사까지 장관에게 힘을 팍 실어줬어요. 그럼 영도 서고 일도 속도가 붙지요. 그러다 큰 실책이나 비위가 생기면, 장관에게 책임을 물었어요.” 2014년 3월, 당시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2017년 작고)이 대선후보 박근혜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고 들려줬다. 박근혜의 원로 자문그룹 ‘7인회’ 멤버로 월 1회 독대할 때 준비해 간 얘기라고 했다. “뭐라던가요?” “웬만한 얘긴 듣는 둥 마는 둥 밥 먹던 사람이 눈 마주치며 ‘생각해볼게요’라고 해요. 큰 반응이었죠.” “그렇게 하던가요?” “뭔 말씀! 청와대 들어가니 다 없던 얘기가 됐죠.” 이따금 ‘장관 책임’ 네 글자를 접하면, 이 대화가 떠오른다. 박근혜 정부도 지금 윤석열 정부처럼 막 15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이런 롤러코스터가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전권을 부여하되 결과에 확실하게 책임지는 분권형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공약했다. 집권 후엔 “스타 장관이 돼달라”고 했다. 그리 됐는가. 정반대다. 박근혜 국무회의는 다들 끄적거려 ‘적자생존’이라 했더니, 윤석열 국무회의는 아예 일장훈시만 있는 ‘듣자생존’이란 말이 돈다. 장관 이름 붙은 정책 찾기 어렵고, 여론 나쁘면 함흥차사된 정책이 한둘인가. 대통령이 노동장관의 ‘주 69시간제’ 발표를 한 칼에 무시했고, 정작 세상을 흔든 ‘5세 입학’ ‘수능 킬러문항’ 파동은 대통령 입에서 시작됐다. 그 와중에 “(대통령이)입시 수사 여러번 해서 많이 배우고 있다”는 교육부총리 아부엔 몸이 오글거린다.

아직도 ‘대선불복’ 타령하고, 감사원·검찰이 정권의 길을 트는 시비가 크다. “보 해체는 4대강 반대론자들이 주도했다”고 꼬집더니, 전력구조를 새로 짜는 이 정부 기구는 친원전론자 일색으로 채웠다. 참 쉽게, 안일하게, 내로남불하는 국정이다. 껍데기만 남은 책임장관제는 죄가 없다. 준비도 의지도 없이 던진, 대통령의 호언이 빈말이 됐을 뿐이다.

이 여름의 시린 참사, 오송·예천·새만금은 이태원을 닮았다. 관재였고, 아래만 벌 받고, 국가는 어딨느냐고 가슴쳤다. 시끄러운 여름은 가을 국감장으로, 총선으로 옮겨질 게다. 숫자들이 말한다. 잼버리·양평 사태는 국민 60%가 정부 책임이라 한다. 이동관·이상민 반대도 그 언저리고, 대통령이 잘못한다는 여론도 그쯤이다. 나흘 전, 한국갤럽의 윤석열 정부 평가에선 ‘공직자 인사’(19%)가 최하점을 받았다. 쌓이는 실정 중심에 사람이 있단 뜻이다. 그런데도 공직자들은 몸 사리고 위만 쳐다본다. 그런 이들을 누가 덮고 품어주었는가. 이 난맥을 부른‘무책임장관제’,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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