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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복지라면 ‘소득 기준’ 바로잡아야

입력 2023.08.16 20:52

수정 2023.08.16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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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을 꼽으라면 단연 ‘기준 중위소득’이다. 이는 정부가 계층별로 복지정책을 시행할 때 기준으로 삼는 소득이다. 현재 생계급여·주거급여·재난적 의료비·국가장학금·행복주택 등 총 73개 사업에 적용된다. 기준 중위소득이 오르면 이와 연동해 현금 급여도 늘어나고, 대상도 확대될 수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지난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내년 기준 중위소득이 6.09% 인상됐다. 정부가 강조하듯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된 이래 최고 증가율이다. 특히 추가로 생계급여는 내년에 선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30%에서 32%로 상향된다(대선 공약은 35%). 이에 생계급여는 둘의 효과가 합쳐져 4인 가구 기준 13.16% 오른다. 생계급여 수급자의 80%를 차지하는 1인 가구는 가구균등화 지수 조정으로 인상률이 14.4%로 더 높아, 금액으로는 올해 62만3000만원에서 71만3000원으로 9만원 증가한다.

윤석열 정부의 사회정책이 퇴행하는 상황에서 기준 중위소득과 생계급여 인상은 주목할 만하다. 약자복지를 주창하면서도 공공 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불안정 저임금 노동자의 실업급여마저 깎으려 해 말문이 막혔는데 그나마 전향적으로 논의할 주제가 생겼다. 이번 인상은 시작일 뿐이다. 약자복지를 말하려면, 복지정책에서 격차를 방치하는 ‘소득 기준’을 임기 내에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면 다른 사회정책과 별개로 이 분야에서만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다루는 소득 기준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정부의 공식 소득 통계인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소득’이다. 표본조사에 행정자료까지 적용하였기에 가구의 실제소득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복지부가 고시하는 ‘기준 중위소득’이다. 정부가 정책 대상과 급여액을 정하는 데 사용하는 정책적 소득이다. 세 번째는 복지 대상 가구의 소득수준을 평가하는 ‘소득 인정액’이다. 가구별로 실제 소득에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부양의무자의 소득까지 합산한 가구의 소득이다. 여기서 두 가지 큰 문제가 존재한다. 하나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구소득과 정부 복지정책의 기준 중위소득이 다르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중위소득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소득에 비해 4인 가구는 16.2%, 1인 가구는 24.0%나 낮다. 이 격차만큼 복지급여가 과소 책정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서 기본 증가율에 추가 증가율을 적용하는 산식을 만들었다. 가구 실제소득과 기준 중위소득을 일치시키려는 조치이다. 그런데 정작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2년 연속 인상률을 산식보다 낮게 책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에 이 산식을 지켰으나 이번에 내년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선 인상률을 다시 산식보다 낮게 잡았다. 이런 추세라면 2026년 격차 해소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이 문제를 방치할 것인가? 전임 정부를 탓하지도 말고 역대 최고 인상률에 안주하지도 마라. 여전히 실제소득보다 낮은 기준 중위소득이다. 약자복지를 주창한다면, 이제라도 임기 내에 격차 해소를 달성할 계획을 밝혀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기준 중위소득과 소득 인정액의 차이다. 정부가 기준 중위소득에 맞춰 복지급여를 준다지만 수급자의 소득 인정액은 실제소득보다 부풀려져 계산된다. 예를 들어 소득이 없어도 서울에서 1억5000만원 전셋집에 살면 월 45만원 소득이 있다고 인정해 버린다. 올해 1인 가구 생계급여의 기준 중위소득 30%가 62만원이지만, 이 세입자는 소득 인정액이 45만원이기에 수급액은 17만원에 그친다. 복지정책에서 재산을 고려한다 해도 현재의 재산 환산액은 지나치다. 윤 대통령이 주거용 재산의 소득환산을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겠다는 약속을 대선 공약집에 담았어도 개선은 미미하다. 의료급여에서 계속 부양의무자를 적용하는 것도 구태의연하다.

내년 기준 중위소득이 결정된 이후 정부는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년 생계급여 인상을 전면에 내세울 듯하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높은 인상률이지만 복지정책에서 소득 기준이 지닌 격차를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달에 3년마다 수립하는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발표될 예정이다.

정말 약자복지를 표방하는 정부라면, 복지정책에서 소득기준을 완전히 바로잡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임기 내에 기준 중위소득 격차를 해소하고 재산의 소득환산과 부양의무자 조항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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