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사망자조사표 공개” 한다는 일, 이름은 쏙 뺀다

박용하 기자

연구 목적 데이터 열람 허용
피해자 이름 공개 제외에
조선인 희생자 연구엔 한계
도쿄도, 올해도 추도 뜻 없어

박경국 전 국가기록원장이 2013년 11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 정부가 1953년 전국적으로 조사한 3·1운동과 간토대지진 피살자 명부 공개에 앞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경국 전 국가기록원장이 2013년 11월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 정부가 1953년 전국적으로 조사한 3·1운동과 간토대지진 피살자 명부 공개에 앞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 도쿄도가 극히 일부만 공개했던 5만장 분량의 간토(관동)대지진 ‘사망자조사표’가 사태 100주년을 맞아 연구자들에게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피해자 이름은 공개하지 않아 조선인 희생자 규모와 인적 사항을 밝히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도는 대지진 당시 학살당한 조선인을 추도하는 행사에 또다시 추도문을 보내지 않는 등 반성 없는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17일 학계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간토대지진 사망자조사표를 관리해오던 단체들이 지진 100주년을 계기로 올해 안에 이를 모두 데이터화하고, 연구 목적에 한해 열람을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문가는 “(자료가 공개되면) 이재민 개개인의 동향을 검증할 수 있어 관련 분석이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일본 간토지방에서 일어난 규모 7.9의 강진으로, 약 10만50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당시 일본 정권은 지진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일본에 거주 중인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풀고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헛소문을 퍼뜨렸고, 이로 인해 6000~1만여명의 조선인이 일본인에게 학살당했다.

대지진 후 일본 당국은 피해자 유족들이 관공서에 제출한 서류를 토대로 성명과 주소, 생년월일, 사망장소, 본적 등이 기록된 조사표를 만들어 관리해왔다. 이 조사표는 총 5만장가량이지만, 중복 정보를 제외하면 3만8826명의 희생자 정보가 기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대지진뿐 아니라 학살당한 조선인 피해자의 이름도 일부 포함돼 있다.

앞서 기타하라 이토코 리쓰메이칸대 객원연구원이 2011년 처음으로 이 조사표 중 일부(4300여장)를 열람해 보고서를 발표한 후 간토대지진 희생자에 대한 민간 차원의 후속 연구가 이어져왔다. 다카노 히로야스 오타루상과대 교수와 니시자키 마사오 사단법인 호센카(봉선화) 이사, 오충공 다큐멘터리 감독 등은 2016년 이 자료들을 통해 71명의 조선인 피해자 명단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1950년대 한국 정부가 간토대지진 학살 피해자로 공식 확인한 박덕수, 박명수, 조묘송씨 등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개에선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이름을 제외할 방침이어서 조선인 피해와 관련된 추가 연구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연구가 시작됐음에도 조사표 전문이 공개되지 못한 것은 도쿄도의 폐쇄적 태도 때문이다. 도쿄도 측은 그간 대지진 기록에 대한 일본 사회 내부적 논란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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