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민의힘 어느 대선 후보가 명절에 온 가족이 국민의례하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20여명이 가슴에 손 얹고 한 방향을 주시하는 장면은 국가주의 문제 못지않게 가부장제 전통을 노골적으로 강요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 한 해 전 정부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고 답한 인식과도 멀었다. 정상궤도를 조금만 비껴가도, 특히 가족 문제는 지뢰밭을 감당해야 하는 곳이 한국 사회다.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곳마다 그 관계·형태를 묻는다. 그래서 가족 관계는 사회적인 질문이고, 국가가 답해야 하는 질문이다.
지난 15일 법무부 페이스북 계정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글이 올라왔다. 주디스 버틸러 UC버클리대 석좌교수는 그 전날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생활동반자법은 시기상조’라고 한 한 장관의 지난 6월 국회 발언에 대해 “한국 정부는 피할 수 없는 일을 피하려 한다”고 했다. 이 기사에 한 장관이 “동성혼 제도 법제화를 포함하는 생활동반자법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바 없다” “법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답을 못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6월에 발의한 생활동반자법은 ‘생활동반자 관계 당사자들이 시민권을 누리게 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동성혼 법제화는 혼인평등법이 따로 있어, 생활동반자법이 동성혼 법제화를 포함한다는 건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한 장관의 인식은 다양한 가족구성권 논의를 막고, 생활동반자 범위를 ‘동성혼’으로만 축소·왜곡하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생활동반자법 도입을 논의할 때”라고 한 뒤 민주당은 추가 논의가 없고, 아직 분명한 입장도 없다. 한 장관 주장은 ‘국민적 합의’나 야당을 핑계 삼아 정쟁화만 꾀하려 한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내게 소중한 관계가 공적으로 존중받는 것은 중요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은 법과 제도의 몫이다. 시민단체 ‘모두의 결혼’이 “생활동반자법은 혼인 관계가 아닌 두 사람을 보호한다”고 한 것은 국가와 법무부 장관 책임을 강조한다. 생활동반자법, 한 장관은 입맛대로 오독하고 피하기만 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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