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도시 곳곳에서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공원 부근 등산로에서 길 가던 30대 여성을 흉기로 잔혹하게 때리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최모씨(30)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튿날에는 대전 시내 신협에 헬멧을 쓴 남성이 소화기를 뿌리며 침입해 은행 직원을 흉기로 위협하고 39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19일에는 50대 남성이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쇠붙이 공구로 승객 2명의 얼굴을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이 속출한 번화가뿐 아니라 공원·지하철 등 일상 곳곳에서 안전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이번 사건들은 경찰이 특별치안활동에 대대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경찰은 신림역,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 글이 잇따르자 지난 4일 흉악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치안을 선언하며 다중밀집지역과 우범지대 순찰을 강화했다. 그러나 중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동원하고 엄벌주의를 내세우는 등 ‘보여주기’식 대책만으로는 흉악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드러냈다. 사각지대 없이 일상의 치안을 강화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강간살인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된 최씨는 치안 상황의 빈틈을 노렸다. 순찰이 집중된 곳이 아니라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을 물색해 범행 장소로 택했다. 또 손가락에 끼는 금속제 무기 ‘너클’을 4개월 전 구입해 갖고 다니다 범행에 사용했다. 너클을 낀 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폭행을 가한 것이다. 이처럼 살상력이 강한 무기가 국내법상 호신용품으로 분류돼 구매·소지에 제한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영국과 미국 일부 주는 너클을 치명적 무기로 간주해 소지·판매를 규제하고 있다. 너클의 판매·휴대를 규제하는 방안이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무차별 살상 범죄가 속출하면서 시민들은 안전 불안은 물론 ‘치안 부재’ 상황에 좌절하고 있다. 정부는 특별치안활동에도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실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냉정히 진단해야 한다. 순찰·단속의 사각지대를 철저히 점검해 치안 공백을 메우고, 호신용품이 범행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등 법·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시민들이 외출하기 두렵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붕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