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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에게도 ‘숨숨집’이 필요하다

입력 2023.08.20 20:37

수정 2023.08.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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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들은 알 것이다. 본능적으로 자기 몸을 숨기기 좋아하는 고양이에겐 위험을 피해 마음 편히 숨을 수 있는 곳, ‘숨숨집’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집 형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소파나 침대 밑이 되거나 집에서 가장 안락한 곳이 곧 자기만의 ‘숨숨집’이 되기도 한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고, 그 누구의 방해도 허락하지 않는 ‘숨숨집’은 사람에게도 필요한 공간일지 모른다. 만약 가정과 학교, 주변의 관계 속에서 존재를 부정당하고, 혐오와 차별의 상황에 놓인 청소년 성소수자라면 어떨까. 이들에겐 ‘숨숨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고, 가정폭력과 학대를 피해 집을 탈출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생존과 안전을 위한 공간으로서 집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2023년 4월 야간센터 ‘숨숨’이 개소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이 단 이틀 운영하고 있지만, 탈가정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최초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남녀로 구분된 기존 청소년 쉼터에서 환영받지 못한 트랜스젠더 청소년들도 성별 정체성과 상관없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간판도 없고, 공간도 좁지만, 고양이를 위한 숨숨집처럼, 위기의 순간 잠시 머물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숨숨’을 찾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대부분 가정폭력과 학대의 피해자들이다. 지난 3개월 동안 16건 지원한 것이 전부이지만,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일시쉼터나 친구 집을 전전하며 불안정한 주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고, 주거 지원 이외에 직업훈련학교 연계와 같이 또 다른 지원이 필요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부모의 실종신고로 인해 경찰서에 동행해 상담을 지원해야만 했다. 모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했지만, ‘숨숨’에 잠시 머물 뿐 생존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숨숨’ 운영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필요한 것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들을 존중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며,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2021년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경험하는 괴롭힘과 차별은 정부의 무대응으로 인한 문제일 뿐 아니라, 차별과 고립을 조장하는 현 정책들의 산물”이라고 진단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청소년 복지 현장의 변화를 촉진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더 큰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복지 업무를 총괄하는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성소수자 차별 실태에 눈감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겪는 위기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단 1원의 예산도 쓰지 않는 정부,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숨숨집’은 정부의 무관심과 무대응을 상징하는 공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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