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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감각 없는 사회’라도 이동관은 안 된다

사회 ‘공통의 것’을 만드는 데
과연 이동관 후보자가 적합할까

공통 감각이 남아있는 사회라면
대다수가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흔히들 말한다. 세상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정치는 더 그렇다고. 정치란 편가르기가 핵심인데 이런 구분에서 ‘합리적인 것’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고. 더군다나 인간이란 감정적인 동물이라 정치를 두고 합리적이니 그렇지 않으니 따지는 일 자체가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결국 인간은 다 자기 이익을 따라 사는 것이라고. 그냥 보통 사람들이 하는 말 같지만, 이런 관점에 세워진 정치이론도 있다. 아니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정치이론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이기도 하다.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정치적인 것의 핵심은 결국 ‘적과 친구의 구별’이고, 민주주의도 이런 편가르기를 피해갈 수 없다는 칼 슈미트의 이론이 그렇다. 심지어 20세기 민주주의 모델 중 가장 먼저 생겨났고, 아직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 또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모두가 이렇게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남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느냐고, 제발 다들 적당히 좀 하라고. 이렇게 편가르기만 하다가 우리 다들 정말 큰일 난다고. 아무리 서로 견해가 다르다고 해도 이렇게 할 수 있느냐고, 아무리 이익을 추구한다고 해도 그렇지 이건 너무 정도가 심한 것이 아니냐고.

이 역시 보통 사람들이 하는 말 같지만 이런 관점에서 만들어진 도덕 개념이 있다. 바로 ‘공통 감각(common sense)’이다. 흔히 ‘상식’이란 용어로 옮기기도 하지만, 이 말에 깃든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는 번역은 ‘공통 감각’이다. 공통 감각은 도덕 개념이기도 하지만 아주 중요한 정치적 요소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뭘까?

우리는 어떤 정치적 해결책을 찾을 때 감정적이라고 여겨지거나 비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배제하거나 무시하곤 한다. 하지만 세상을 비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면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은 당연히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측면에서 철학자 한상원은 ‘공통 감각’에 주목한다. 이 공통 감각이 온전히 이성적 요소도 아니며 온전히 비합리적 요소도 아니기 때문이다. 공통 감각은 말 그대로 ‘느끼는 게 서로 다른 감각’이라는 점에서는 주관적이지만, ‘대다수가 공통으로 느낀다’는 점에서는 보편적이다. 게다가 감각이라는 점에서 복잡하게 무엇인가를 객관적으로 정당화하는 과정이 그리 필요하지도 않다. 쉽게 말해, 다툼의 과정을 생략한다. ‘그건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냐?’ 정도로 충분하다.

놀라운 건 이런 감각의 중요성을 칸트, 아렌트, 아도르노, 랑시에르와 같은 저명한 철학자들이 모두 주목했다는 점이다. ‘그건 너무하네’ ‘정말 이래도 돼?’ ‘그건 이게 옳은 거야!’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지 않아?’라는 공통의 감각이 어느 정도 서로 간에 생각, 입장, 이익이 다르다 할지라도 공동체로서 함께 행동할 수 있는 원천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이익과 입장이 서로 다른 사회가 끝없이 분열되어 가고 있다면 바로 이 공통 감각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장의 임명을 두고 엄청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명된 이동관 후보자의 이력 때문이다. 우선 이동관 후보자가 MB 정부에서 홍보수석으로 있을 때 언론을 장악하려 한 여러 정황이 정부가 생산한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되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 직원에게 진보성향 특정 일간지의 광고 수주 동향 및 견제 방안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가 국정원 직원이 ‘발각되면 책임질 것이냐’며 반발한 사실이 검찰 진술에서도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사별 선거기획단 실태’ 문건에는 특정 방송사의 “경영진과 협조, 좌편향 제작진 배제 및 자체 모니터링 강화”, 제작진과 출연자 교체 방안 등이 담겼다. 이는 단순한 방송 장악일 뿐 아니라 선거 개입이기도 하다.

한편 명진 스님을 불교계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여론 조작을 주도한 일, 정부에 비판적인 종교 인사를 퇴출하기 위해 온라인상 여론전을 지시한 일도 보도됐다. ‘정교분리 원칙’의 위반이다. 이렇게 보면 아들의 학교폭력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논란은 그저 덤일 뿐이다.

과거에 언론 장악을 시도한 정황이 분명한 이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되었다. 사회적 소통이라는 말에는 ‘공통의 것’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과연 이동관 후보자가 이에 적합한 인물일까? 공통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는 사회라면 큰 다툼 없이 대다수가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아무리 합리적이지 않은 세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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