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지난 5월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건설노조 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경찰이 역대급 특진 포상을 내걸었던 ‘건설현장 폭력행위 특별단속’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250일간 벌인 단속에서 4800여명을 검거했는데, 사측 입건자는 한 명도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에 발맞춘 코드 수사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여 총 4829명을 송치하고 148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국민체감 3호 약속’으로 선언하고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건폭’이란 신조어까지 써가며 강경대응을 촉구하자 수사 강도는 더 커졌다. 수사 초기 50명을 내걸었던 특진 규모도 90명(전체 특진 인원 662명)으로 확대됐다.
적발된 피의자 중 노조전임비와 복지비 등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경우가 3416명(70.7%)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현장 출입 방해 등 업무방해 701명(14.5%), 채용·장비사용 강요 573명(11.9%), 폭행·협박·손괴 등 폭력행위 117명(2.4%), 건설현장 주변 불법집회 시위 22명(0.5%) 등이 뒤를 이었다. 구속된 피의자 148명은 금품 갈취 124명(83.8%), 채용·장비사용 강요 20명(13.5%), 업무방해 3명(2.0%), 폭력행위 1명(0.7%)이었다.
소속 단체별로는 양대 노총 2890명(59.8%), 기타 노조·단체 1829명(37.9%), 개인 110명(2.3%)이었다. 구속 인원만 놓고 보면 양대노총 소속은 148명 중 58명(39.1%)에 그쳤다. 기타 노조·단체가 90명(60.9%)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건설현장을 점거한 노조원들. 경찰청 제공
경찰은 폭력조직에서 활동한 노동자들의 불법행위가 대거 적발됐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을 결성한 뒤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 등으로 17개 폭력조직 전·현직 조직원 25명이 검거돼 7명이 구속됐다. 폭력조직과 유사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추고 조직적으로 갈취행위를 한 5개 노조에는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5월 경기와 인천 등 건설 현장 14곳에서 장기간 집회를 개최하거나 안전기준 위반 신고를 빌미로 협박해 전임비·복지비 명목으로 1억7000여만원을 갈취한 노조본부장 등 7명을 범죄단체조직·협박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였다.
장애인 없는 장애인 노조, ‘유령’ 환경단체, 언론인 등 노조나 공익 단체의 외형만 갖춘 뒤 ‘건설사 괴롭히기식’ 업무방해로 금품을 갈취한 단체도 적발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폐기물 관리 미비를 명목으로 고발하겠다며 본인이 발간한 책을 121개 건설단체에 강매해 7600만원을 갈취한 언론사 대표 등 4명을 검거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찰들이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서울경기북부지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경찰은 특별단속 초기 과도한 건설노조 탄압이라는 비판에 “노사 구분 없이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 발표한 검거 인원 중 사측 인사는 ‘0명’이었다. 오로지 노조만을 겨냥한 수사였던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고용 등 사측 불법행위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담당했다”며 “경찰도 사측의 불법행위를 지속해서 수사하겠다”고 했다. 이번 수사에서 사전 구속영장 발부율이 50% 안팎에 머무는 등 구속영장이 남발됐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난해 통계를 보면 전체 사전영장 발부율은 51%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관련 영장 발부율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