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이 대표는 ‘민생개혁’ ‘새로운 민주당’을 약속하며 대선 패배 후 5개월 만에 제1야당 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견제하지 못했고, 재집권 토대를 갖춘 유능한 대안정당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대표 방탄에 갇혀 제1야당 역할을 못했다”는 민심의 냉정한 평가를 이 대표와 민주당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 대표가 취임 후 첫 조치로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납품단가연동제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관철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민생 성과는 미흡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시행령 정치로 격화된 정쟁 국회에서 168석 거야 역시 뚜렷한 출구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거래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파문으로 도덕성 위기를 자초했고 당은 내로남불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단호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고, 실추된 윤리정당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꾸렸던 당 혁신위원회마저 제 역할을 못하고 좌초됐다. 그 여파로 당 지지율은 20~30%대에서 횡보하고, 팬덤정치만 도드라지고, 내홍이 일상화된 정당이 됐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모든 것을 가린 1년이었다. 이 대표는 현재 네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조만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앞두고 있다. 야당에만 기울어지고 마냥 늘어지는 검경 수사의 정당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민주당을 에워싼 ‘방탄·사당화’ 논란에 이 대표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대선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 해놓고도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에 분명한 입장을 내지 않고, 검찰 소환 때마다 내분만 커지는 당이 된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민주당이 떨치지 못한 족쇄로 남아 있다. 이 문제는 윤석열 정부 실정에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는 당과 개인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총선 앞의 정기국회에서 분명한 ‘결자해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임기 반환점에 선 이 대표는 1년 전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그곳에선 민생·대안·수권 비전을 보였고, 집권여당의 잘못을 바로잡는 힘 있는 야당을 약속했다. 지금 국민의 시선과는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28일 의원 워크숍부터 기로에 선 혁신의 물길을 잡고, 제1야당으로서 성과와 존재감을 보여줄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그런 위기감과 새 출발 없이 총선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 뿐이다. 그 리더십과 책임의 맨 앞에 이 대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