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 차별, 그 불쾌함에 대하여…넷플릭스 ‘마스크 걸’
오래된, 어느 시기에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농담이라지만 웃을 수 없는 말이 있다. “○○는 얼굴이 무기잖아.” 주어의 자리에는 ‘너’라는 이인칭이나 제삼자의 이름이 자유롭게 들어가는데, 이때 적용되는 규칙은 명료하다. 그 대상이 ‘여성’일 것. 이 말은 주로 (밤길에) 안전을 걱정하는 여성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얼굴”이 “무기”라는 표현은,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남성의 욕망에 부합하지 못하는 여성은, 성범죄의 대상조차 될 수 없으니 유난 떨지 마라.” 일상적 발화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다. 이 말은 성범죄에 대한 저열한 인식과, 현실에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이 어떻게 은폐되는지 드러내는 표본이다. 외모를 문제 삼음으로써 여성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자기검열을 강화하면 범죄자는 물론 이러한 범죄를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세상은 안락해진다. 드라마 <마스크 걸>(넷플릭스 오리지널)에서 주인공 김모미는, 지하철에서 성추행 가해자로 의심되는 남성과 경찰서에 간다. 남자는 모미에게 외친다. “당신 거울을 좀 봐봐. 내가 왜 당신같이 생긴 사람 엉덩이를 만져?” 여성의 ‘외모’는 그것에 값을 매기고 품평하는 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면 ‘탈취하고 탐닉할 수 있는’ 것이 되고, 부합하지 못하면 ‘줘도 안 먹는’ 것으로 철저하게 비하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이 성추행 사건이 모미의 오해로 연출되지만, 이때 모미는 실제로 스토킹을 당하는 중이기에 ‘너의 얼굴이 무기다’라고 외치는 남자의 대사는 기묘하게 겉돈다.
8월18일 공개된 <마스크 걸>은 2015년부터 3년간 연재된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마스크 걸>(글 매미, 그림 희세)은 19세 이상 이용가임에도 연재 당시 큰 인기를 끌었으며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화제를 뿌리며 기대 속에서 베일을 벗었다. 웹툰의 작품 소개는 “끝내주게 못생기고 끝내주게 몸매 좋은 여자, 김모미”이다. 듣는 순간 찌르르, ‘삘’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 같은 밸런스 게임이 유행하던 시절부터, 여성들은 ‘얼굴 vs 몸매’(유사품으로는 ‘몸매 vs 피부’가 있다)의 양자택일에 노출되곤 했기 때문이다. 몸매와 얼굴의 부조화가 모미의 인생을 어떻게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하늘 높이 띄웠다가 순식간에 시궁창으로 처박았을지는 굳이 모미로 살아보지 않았어도 짐작할 수 있다. ‘뒷모습 보고 침 흘리며 따라왔다가 얼굴 보고 침 뱉고 간다’라는 말이 관용구처럼 쓰이는 세상. 모미는 자신의 몸매에 우월감을 느끼고, 한껏 떠받들어지다가도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 경험이 쌓이고 쌓여, 김모미라는 독특하고 기괴하게 일그러진 인물의 내면을 형성한다. 드라마에서는 7부작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모미의 광기와 음습한 내면이 대폭 삭제되었다. 드라마가 한입에 넣기 좋게 매끈하게 다듬은 7조각의 케이크라면, 원작은 입천장이 홀라당 까지는 기묘한 맛의 잡탕이다.
모미는 섬뜩한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면서 수혜자이자 공모자
드라마 <마스크 걸>의 초반, 어린 모미는 유치원의 재롱 잔치에서 단독 무대를 설 만큼 끼와 재능이 넘치는 아이로 등장한다. 그러나 자랄수록 외모가 받쳐주지 못해서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밀려나고, 스포트라이트 바깥의 어둡고 고독한 자리로 추락한다. 이후 성인이 된 모미A(이한별)가 등장한다.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에게도, <마스크 걸>은 3인 1역이라는 설정으로 흥미를 끈다. 원작에서 16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주인공 김모미가 성형수술로 인해 여러 차례 외모가 바뀌기 때문에 세 명의 배우(이한별, 나나, 고현정)가 각 시기의 김모미(A, B, C)를 맡은 것이다. 모미(A, 이한별)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가리는 방법으로, 마스크를 쓰고 인터넷 성인 방송 BJ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손쉽게 재화로 치환된다. 그것은 돈이기도 하고, 관심이기도 하다. 마스크를 쓴 모미는 관음과 열광의 대상이 된다. 모미가 자극적인 소재로 방송을 할 때마다 현금에 해당하는 ‘별풍선’이 터지고, 시청자 수는 치솟는다. BJ로서 모미는 자신을 추앙하는 시청자들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휘둘린다. 모미는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면서 수혜자이자 공모자이다. 이런 모미의 모습은 시청자와 독자가 사랑하고 이입해야 할 주인공으로서 괴리감을 선사한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전시하고, 이용하며,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는 여성은 성적 위계질서에서 언제나 가장 최하위에 위치하며, 같은 여성에게까지 멸시당하기 때문이다. 여성 주체의 욕망은 머릿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욕망의 대상이 되고 싶’은 마음은 유독 ‘주체적’이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드라마에서는 모미의 피해자성이 좀 더 강조된다. 원작에서 모미는 팬이라고 자처해놓고 “못생겼다”라고 모욕하는 남자를 살해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이것이 강간하려는 남자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로 처리된다. 시체 유기 또한 모미 주변을 맴돌던 주오남(안재홍)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마스크 걸>의 강렬함을 견인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는, 주오남이라는 불쾌한 인물을 살려낸 안재홍의 찐득찐득한 연기다. 그 역시 못생긴 외모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차별과 배제를 받았고, 자신을 ‘거절하지 않는’ 세상으로 도망친다. 그곳에는 섹스 돌, 애니메이션 캐릭터, 자위용 도구 등으로 ‘물화’된 여성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마스크 걸’ 또한, 응원 댓글을 달고 별풍선을 쏘는 행위만으로 주오남이 바라는 반응을 돌려주기 때문에 몰입의 대상이다. 어느 날 마스크 걸이 같은 회사에 다니는 모미라는 것을 알게 된 주오남은 혼자만의 망상으로 사랑(?)을 키워나가다가, 모미가 다른 남성과 모텔에 들어가는 장면을 본 후 배신감에 치를 떨며 모미를 괴롭힌다. 드라마에서는 짧게 축약되지만,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꼬리표가 효과적으로 여성을 매장하는 사회에서 주오남의 스토킹은 모미를 공포로 몰아간다. 이것은 손쉽게 자본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사실은 얼마나 위태로운지 보여준다. 주오남의 폭력성은 모미를 강간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진다. 우에노 지즈코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여자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대량 살상을 벌인 일본의 젊은 남성의 사례를 들며, 이를 ‘성적 약자론’이라고 명명했다. 연애 시장에서 탈락한 남성들이 자신을 ‘약자’로 프레이밍하며, 자신의 성적 욕망이 충족될 ‘권리’가 있다고 믿고,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분노를 사회와 여성에게 돌리는 것이다.
모미는 주오남을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이때부터, 주오남의 엄마인 김경자(염혜란)와 얽힌다. 주오남 캐릭터의 불쾌함은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엄마 김경자로 인하여 더욱 강화된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주오남은 ‘죽어 마땅한 놈’이다. 섹스 돌과 자위 기구로 가득한 방의 주인, 인터넷 방송에 몰두하고 여성을 스토킹하다 결국 강간까지 저지르는 인간이 살해되는 순간은 장르적 쾌감까지 선사한다. (후일, 교도소에서 모미를 만난 여성 수감자가 ‘쓰레기 같은 남자 새끼들을 죽인 언니는 우리의 영웅’이라고 감동하는 것만 봐도 이 감정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일생을 바쳐 뒷바라지하고 사랑을 퍼부은 존재가 있다니. 덜컥 거부감이 든다. 그것이야말로, 생명은 그가 어떤 인간이든, 혐오스럽든, 이기적이든, 못생겼든, 선량하든, 타인이 함부로 박탈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살인의 무게인지도 모른다. 김경자는 놀라운 집념과 실행력으로 모미를 쫓으며, 말 그대로 죽여도 죽지 않는다. 캐릭터의 광기와 염혜란의 연기는 온라인상에서 ‘연기 차력쇼’라고 회자될 정도다. 김경자는 한국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괴물 같은 모성의 의인화인 한편 그 모성이라는 것이 결국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주오남이 죽은 후, 김경자의 발화 속에서 주오남의 존재는 편집 및 왜곡된다. 모미를 자기 뜻대로 일그러뜨려 손에 넣고자 했던 주오남의 욕망처럼, 엄마의 욕망 역시 아들을 ‘그렇게 죽기에는 너무나 안타깝고 생때같았던, 착하고 선량하며 어디 내놔도 안 부끄러운’ 누군가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김경자는 아들을 탐탁지 않아 했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서, 모성이라는 마스크를 쓴 채 그 분노를 모미에게 쏟아낸다. 김경자는 완전무결한 아들이라는 환상, 자신의 모성을 지키기 위한 알리바이로서 모미라는 희생양을 원한다. 타협 없는 욕망의 폭주는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마스크 걸>에는 쉽게 사랑할 수 없고, 이입할 수 없고, 편 들 수도 없는, 혐오스럽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매혹적인 미장센과 종교적 메타포를 활용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 같은 볼거리가 화려하다. 회차마다 인물별 관점을 보여주는 구성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미‘들’의 연기와 톤도 눈여겨보길.
▼ 이진송 계간 ‘홀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