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대통령의 오답 노트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대통령의 오답 노트

입력 2023.09.05 20:29

지난주, 두 명의 프레지던트가 던지는 메시지는 사뭇 달랐다.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는 소속 집단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가늠자이며,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미국 코넬대 프레지던트 폴락 총장은 학년 시작 메시지를 통해 “코넬에서의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를 갖고 한 해 동안 공연·전시회·강연 등 많은 행사가 열릴 것임을 알리고, 구성원의 참여를 당부했다. 표현의 자유는 ‘거의 모든 형태로서의 자유의 모태이자 필수조건’이다. 표현의 자유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전파하는 핵심 요소이며, 경청과 토론이란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킨다. 대학에서 이런 자유가 공격받고 있음을 그는 우려한다.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엄치용 미국 코넬대 연구원

지난달,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한 대한민국 ‘프레지던트’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이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정말 잘한 일이 없거나, 언론이란 원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구이니 당연한 일이다. 언론이 정부 찬양 앵무새라면 공산당 기관지나 선전도구와 다를 바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언론과 담장을 쌓았다. 최근에는 언론인 80% 이상이 반대한 언론장악 의혹 당사자 이동관을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했다. 공영방송 이사진들은 줄줄이 해임됐고, 공영방송은 침몰 직전이다. 대한민국의 표현 및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는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정치적 좌파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면 권력이 약하거나 소수 집단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파들은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개적 약속은 세뇌를 구성하고, 구성원이 지닌 표현을 억제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상충한다고 주장한다. 폴락 총장은 좌·우파가 우려하는 긴장을 관리하고,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개의 가치 모두를 포용하는 것이 대학의 임무라고 말한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은 미국 대학들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다.

윤 대통령은 도쿄전력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 세력들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자연수 1과 1을 더하면 자연수 2가 나오겠지만, 생명과 환경에서는 하나에 하나를 보태면 100이 될 수도 있고, 생명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0의 환경이 올 수도 있다. 과학은 확률적 계산이지 절대적 답이 아니다. 가치를 포용하는 것이 임무라고 말하는 프레지던트가 있는가 하면,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매몰시키고, 같은 답을 적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민을 적으로 모는 프레지던트가 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새의 좌우 날개론’은 가정에 오류가 있다. 새가 날아가는 방향이 정해져 있어야 협치가 가능하다는 설정이다. 애당초 진보와 보수, 좌와 우가 보는 창은 다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진보가 “우리의 한쪽 날개가 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공감이 있어야 협치할 수 있다. 협치로 말미암아 함께 날아갈 방향을 정하는 것이 정치 아닌가.

때아닌 이념논쟁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을 “국권 회복과 함께 공산 세력에 맞선 것”으로 정의했다.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밖으로 철거하는 결정을 내렸다. 항일 조선독립군 토벌을 위한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던 친일 백선엽에 대해선 국가보훈부가 나서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건 표현의 자유가 아닌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오답노트엔 이전 정부의 탓이 많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면서 핵심 가치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엔 인색하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치우치지 않는 탕평 인사를 하며,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을 안아주는 포용력 있는 대통령을 기대하는 게 무리인가?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