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연금지식’
⑩ 퇴직연금 제도 개선 방안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 1일 공개한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에서 ‘보험료율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유지’하는 방안만을 제시해 논란을 불렀다. 정부는 ‘소득대체율 인상안’도 검토돼야 한다면서 “(국민연금 개혁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제도를 (노후보장제도) 큰틀에 놓고 같이 연계해야 한다”(조규홍 복지부 장관)고 밝혔다.
공적연금 가운데 퇴직연금은 현재 ‘연금으로서 기능’이 약한 편이다. 그러니 연금개혁 과정에서 퇴직연금 제도 개선 논의는 퇴직급여를 다른 연금처럼 다달이, 국민연금 급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보충연금으로 제도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재정계산위 공청회 자료집에는 노후소득 보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보완과제’로 퇴직연금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에서 퇴직금 제도는 1953년 시작됐다.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시행돼 노·사 합의에 따라 퇴직금(일시금)과 퇴직연금 중에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준법정연금’이라 한다.
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노동자가 있는 모든 사업장이 퇴직연금 도입 대상이다. 2021년 말 전체 사업장 중 도입률은 27.1%다.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은 법정 퇴직금제도를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퇴직연금제 도입률이 낮다. 5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은 10.6%이다.
퇴직연금을 선택할 수 있는 노동자가 적은 데다가 퇴직자 다수도 아직 일시금을 선호한다. 2021년 말 기준 퇴직연금 총가입자 수는 684만명으로 전체 가입대상 노동자 1196만명의 53.3%에 해당한다. 2021년 말 퇴직연금 수령이 시작된 39만7270 계좌 중 연금수령 비중은 4.3%에 불과했다. 또 일시금을 선택한 퇴직 노동자의 평균 수령액은 2021년 기준 1615만원으로 연금을 선택한 퇴직 노동자 평균 수령액(1억8858만원)의 8.6% 수준에 그쳤다.
재정계산위는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수익률 제고를 통해 소득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공청회 자료집에 담았다.
일각에서는 퇴직급여를 연금화할 수 있도록 중도인출이나 일시금 수령을 제한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당장 퇴직자들이 주택구매나 자녀 결혼자금 등 목돈이 필요해 일시금을 선호하기 때문에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퇴직연금의 총 적립금은 2021년 말 기준 295조6000억원에 달하지만 평균 수익률은 2%에 그쳤다. 국민연금 연평균 수익률(5.11%)에 비해 낮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인 금융기관이 느슨하게 운용한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재정계산위 공청회 토론에서 “퇴직연금이 금융기관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어서 가입자 중심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공단처럼 공적 운영기관이 관리·운영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는 국민연금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수급개시 연령 조정 등) 방안을 주로 검토하고 연금 간 관계를 다시 짜는 구조개혁 논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하는 제5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에도 기초연금·퇴직연금의 단·중장기 개선 방안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지난 4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3가지 제도의 구조를 어떻게 짤 것인가를 정부 개혁안에 담아 제출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연금제도가 다층노후설계로 돼 있고 그동안 3·4차 종합운영계획 때도 그 내용이 포함됐다”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저희 부처 소관은 아니지만 같은 틀 안에서 내용을 담아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직연금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민간자문위는 지난 7~8월 토론회는 모두 공개했지만 이날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재정계산위 공청회 이후 ‘소득대체율’을 두고 전문가·시민사회에서 격론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연금 쟁점화에 민감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간자문위원 중에는 재정계산위 위원을 겸하는 위원이 있고, 민간자문위 내부에서도 소득대체율을 두고 입장차가 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