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해당 민원인이 과거에 제출한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원 고소장인양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7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처음부터 사문서를 위조할 범의를 갖고 실무관에게 고소장 복사를 지시했다거나 수사보고서에 허위사실을 기재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 전 검사는 부산지검에 재직하던 2015년 12월 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해당 민원인이 과거에 제출한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원 수사기록에 편철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수사관 명의 수사보고서에 ‘고소인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허위 내용을 입력해 출력한 다음 수사기록에 편철한 혐의(공문서 위조)도 있다.
윤 전 검사는 징계를 받지 않고 2016년 5월 사직했다. 그러자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검찰 수뇌부가 징계조치 없이 윤 전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사건을 무마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고, 권익위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사건은 윤 전 검사가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공수처는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항소할 뜻을 밝혔다.
공수처는 “법원은 검찰이 종전에 같은 피고인에 대해 기소한 ‘공문서(수사기록) 표지를 갈아끼운 행위’에 대해서는 범의를 인정하여 유죄 선고를 확정했다. 이번엔 같은 공문서(수사기록) 표지 뒤에 편철된 다른 위조 문서들에 대해서는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누가 봐도 앞뒤가 안 맞는 모순된 판단”이라고 했다. 또 “법원은 재판 진행 중에 공수처 검사에게 해당 피고인의 지위를 ‘간접정범’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도록 지시했고, 이에 재판부 의견대로 공소장 내용까지 변경한 마당에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윤 전 검사는 이번 사건의 고소장을 잃어버린 후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위조한 혐의로 2018년 기소돼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를 확정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