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검은 리본과 메시지가 부착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숨졌다. 교사노동조합과 유족 측은 숨진 교사가 악성 민원 등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8일 대전 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된 40대 교사 A씨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지난 7일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남편이 이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면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 등은 현재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년째 교사로 일해온 A씨는 4년 전 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이후 줄곧 힘들어했다고 대전교사노조는 밝혔다.
교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을 맡았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A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 중에 교사 지시를 무시하거나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등의 행동을 하는 학생이 몇명 있었다”면서 “이런 학생들을 훈육하고 지도했는데 한 학부모 측이 ‘왜 아이를 망신 주느냐’면서 학교와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어 “2019년 11월 친구의 뺨을 때린 해당 학생을 교장실로 보냈는데 다음날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며 이틀 뒤 A씨가 병가를 신청한 것으로도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노조 조사에 따르면 이 학부모는 같은 해 12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A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해당 학부모와 학생 등은 “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며 4년여 동안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해 왔다고 교사노조는 밝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극도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 올해 근무지를 다른 초등학교로 옮겼으나 여전히 심리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고 교사노조는 전했다.
김영진 대전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A씨가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고소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유족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최근 발생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사건을 접한 뒤 고통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힘들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A씨는 숨진 서초구 교사의 49재 일인 지난 4일에는 학교 측에 병가를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노조 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대전시교육청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며 “A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8일 담화문을 내고 “고인이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교육청 차원에서 철저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고,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설 교육감은 이어 “앞으로 학교 담당 변호사 제도 도입 등 교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통해 선생님들이 안정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아울러 교권 회복 및 보호 관련 법안이 조속히 입법화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 입법기관 등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