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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해병대 수사 ‘권력형 외압’ 의혹 진상 밝혀야

입력 2023.09.08 19:09

수정 2023.09.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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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 관계자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장관이 위법하게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개입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박 대령 측도 국방부 김동혁 검찰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채 상병 사건은 군사법원법상 군에서 수사할 수 없는 것이어서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했는데 국방부 검찰단이 영장 없이 자료를 회수해갔다는 게 골자다.

박 대령은 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 상병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국방부 등으로부터 과실치사 혐의자를 대대장 이하로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았고, 이를 거부하다 결국 ‘집단항명의 수괴’가 됐다. 군검찰은 박 대령에 대해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군사법원은 기각했다.

지금까지 나온 당사자들 발언과 사건 정황을 보면,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박 대령이 아니라 이 장관 등 국방부와 군 수뇌부라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당초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 이 장관은 지난 6일 국회에 나와 박주민 민주당 의원 질의에 “지휘관계에 있는 8명 전부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했기 때문에 수사 결과의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군검찰이 청구한 박 대령 구속영장엔 이 장관이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대령의 항명 근거로 제기한 것인데 오히려 이 장관의 수사 개입 행위를 인정한 꼴이 됐다.

이 장관의 지시는 군 지휘부의 수사 개입을 막고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법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 장관의 위법한 수사 개입 배경엔 사단장 등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데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기 때문이라고 박 대령이 전한 정황도 있다. 사실이라면 사건 축소를 위해 국군통수권자까지 나선 것이다.

채 상병 사건은 이제 권력의 수사 은폐·외압 사건으로 비화했다. 채 상병 순직의 진상은 물론이고, 박 대령 등 해병대 수사단에 대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의혹도 규명해야 한다. 국회에 ‘채 상병 사망 사건 및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이 발의됐지만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공수처에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불법행위를 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 공수처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에 임하기 바란다.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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