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 장관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보, 여성가족부 장관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내정하는 3개 부처 개각을 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잼버리 파행 파문을 줄이려는 꼬리 자르기 인사, ‘이명박(MB) 올드보이’를 재기용한 회전문 인사, 국방부엔 더 강성 인사를 내세운 오기 인사다. 윤 대통령이 국정 쇄신 요구에 귀를 닫고 ‘마이웨이 국정’을 선언한 것이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라’고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 증거가 드러났다. 장관 자격이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는 외압에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는지도 밝혀줄 핵심 당사자다. 국방 수장 교체는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전날 사의를 표명한 뒤 하루 만에 이뤄졌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 동시 교체설도 나온다. 채 상병 사건 수사 보고라인을 모두 바꿔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자르겠다는 것인가. 여권이 이 장관 탄핵소추 진행에 따른 안보공백을 우려했지만,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를 우선한 것 아닌지 묻게 된다.
예비역 중장 출신인 신 내정자는 국방장관에게 요구되는 엄정한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멀다. 그는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앞장서 주장하며 이념전쟁에 뛰어들었다. 채 상병 사건에는 군의 거짓말과 은폐 시도를 두둔했다. 두 사안을 어떻게 다룰지 눈에 선하다. 국민 상식으로는 그가 장관이 되어야 할 명분이 없다.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의 진상 규명 의지가 있다면,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 수용으로 입증해야 한다.
유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 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 마! XX”라며 행패를 부렸고,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도 있다. 막말을 일삼고 문화예술을 정치와 이념으로 물들인 그가 다시 공직을 맡는 건 가당치 않다. 윤 대통령이 유 내정자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라는 ‘MB맨 투톱’으로 언론장악에 고삐를 죌 의도라면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 교체도 책임 회피일 뿐이다. 김 장관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김행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후 윤석열 정부에선 ‘용산 나팔수’를 자처해왔다. 진즉 경질했어야 할 장관이 감사원 감사 시작 후 뒤늦게 교체되지만, 잼버리 파행 진상 규명은 엄정히 이뤄져야 한다.
개각은 국정의 미진한 부분을 성찰하고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인물로 과감하게 쇄신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누가 뭐라든 내 뜻대로’ 오기 인사를 하고 있다. 최근엔 ‘뉴라이트’ 김영호 통일부 장관 등 극단적으로 편향된 인물 기용도 늘고 있다. 인재 풀이 협소하고 불통 국정을 예고한 개각이라는 혹평을 무겁게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