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쪽방 주민이고 싶다”…‘쪽방’ 인정 못받는 사각지대 주거취약층

전지현 기자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2023홈리스주거팀이  “쪽방 주민이 되고 싶은 사람들, 서울시 사각지대 쪽방 실태 발표 및 대책 요구 기자회견” 을 열고 있다. 전지현 기자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2023홈리스주거팀이 “쪽방 주민이 되고 싶은 사람들, 서울시 사각지대 쪽방 실태 발표 및 대책 요구 기자회견” 을 열고 있다. 전지현 기자

최상옥씨는 쪽방촌 밀집 지역으로 손꼽히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산다. 하지만 그는 행정상 ‘쪽방 주민’이 아니다. 주방이 없고 비좁은 집은 누가 봐도 쪽방이지만, 서울시가 정한 쪽방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전에 살던 고시원에서는 동행식당(쪽방촌 주민들에게 식사를 지원하는 사업) 식권을 받았는데, 이사 온 후 지원이 끊겼다. 최씨는 “집이 너무 좁아 냄새가 나는데, 쪽방이 아니란다. 식권도 받지 못한다.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홈리스행동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2023홈리스주거팀(홈리스주거팀)은 14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사각지대 쪽방 실태 발표 및 대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씨를 비롯한 서울 영등포·동자동·남대문로5가동 등지의 ‘쪽방 사각지대’ 주민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쪽방 주민이 되고 싶다”며 쪽방에서 제외된 사각지대 쪽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서울시에 촉구했다.

법령과 서울시 조례에서 ‘쪽방’의 개념은 모호하다. 서울시 조례는 “쪽방 주민이란 시장이 별도로 정한 쪽방 밀집 지역에서 거주하는 자”라고 규정한다. 서울시는 5대 밀집 지역(영등포, 용산, 중구, 종로구 돈의동, 종로구 창신동)의 쪽방을 지정해 동행식당, 동행목욕탕, 온기창고 등 주민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홈리스주거팀은 “일관적이지 않은 쪽방 인정 기준으로 쪽방과 유사한 수준의 비적정 거처들이 쪽방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했다. 홈리스주거팀이 지난 7~8월 동자동의 ‘사각지대(비인정) 쪽방’에 거주하는 20명 주민을 설문·심층면접 조사한 결과, 이들의 개별실 방 면적은 평균 4~5㎡에 불과했다. 냉방시설이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었고, 부엌이 설치된 곳도 절반에 그쳤다. 평균 월세는 30만원으로 2022년 서울역 일대 쪽방 월세보다 약 5만원 높았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조사한 건물들 절반은 전기패널 난방을 해 도시가스가 대부분인 기존 쪽방보다 열악하고, 소화기나 비상벨 같은 소방시설 설치 비율도 기존 쪽방에 미달했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쪽방 주민들은 스스로의 집을 ‘쪽방’이라고 부르고 있다. ‘방이 좁아서, 같이 사는 이들이 노가다꾼이거나 수급자여서, 쪽방 지역에 위치하고 화장실 같은 공용시설이 취약해서’ 등의 이유였다. 홈리스주거팀은 “서울시가 인정하는 기존 쪽방 및 주민들의 특성과 사각지대 쪽방이 다르지 않음에도 이들은 지원 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차등은 ‘주먹구구식 행정’ 탓에 발생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동자동 쪽방 거주자인 차재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교육홍보이사는 “최근 수십년 동안 쪽방이었던 어느 건물의 건물주가 서울시에 쪽방 등록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하자 쪽방 건물에서 제외됐다.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그간 받았던 혜택이 즉시 끊겼다”고 했다. 민푸름 팀창신 활동가는 “집을 구하는 사람은 어디부터 쪽방이고 어디부터가 아닌지 알기가 어렵다”며 “결국 주거취약계층인 이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린다”고 했다.

이들은 서울시에 쪽방 주민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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