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경호 관련 예산 대폭 증액
‘차벽’ 관련 비용 17억원 확보
사회적 약자보호 활동 등 줄여
경찰청 내년도 예산안에서 경비·경호 관련 예산이 대폭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집회·시위에 동원되는 이른바 ‘차벽’ 관련 예산을 약 17억원 확보해 10년 만에 ‘차벽 트럭’ 교체에 나섰다. 반면 수사·치안 관련 예산은 줄어들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실이 14일 제출받은 ‘경찰청의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내년도 예산에 차벽 트럭으로 불리는 ‘차량형 안전펜스’ 4대 교체비로 8억원을 책정했다. ‘차세대 차벽’으로 불린 ‘트레일러형 안전펜스(이동형 안전펜스)’ 16대 신규 구입 예산도 8억8000만원이 책정됐다. 경찰이 현재 보유한 차량형 안전펜스는 20대, 이동형 안전펜스는 17대다.
2008년 도입된 차벽 트럭은 5톤 트럭 옆면에 너비 8.6m, 높이 4.1m의 대형 펜스를 붙이는 차단 장비다. 경찰이 차벽 트럭을 신규 구입하는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경찰청은 보유 중인 차벽 트럭이 낡았다며 총 40억을 들여 매년 4대씩 5년간 전부 교체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정부에 제출한 ‘예산안 요구 내역’에서 보유 목표량을 20대로 책정하고 ‘용산지역 경비상황 대응시 총 20대 소요’ 등을 사유로 들었다.
안전펜스 구입비 등을 포함해 내년도 ‘경비경찰 역량강화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109억9800만원(8.5%) 증액됐다. 세부항목인 ‘경비경호활동’이 올해 518억5500만원에서 내년도 604억1300만원으로 80억원가량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경호·경비 예산 증액은 수사·치안 관련 예산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예컨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전담수사팀 역량강화’ 항목 예산은 올해 57억4700만원에서 내년도 37억7400만원으로 삭감됐다. 세부항복에서는 ‘여청수사 인권친화적 조사환경 개선’ 예산이 35억1600만원에서 0원으로 순감됐고, ‘여성대상범죄 예방 및 보호활동’ 예산이 11억4600만원에서 6억5100만원으로 감액됐다. ‘사회적 약자보호 활동’, ‘형사·교통·여성청소년 범죄 수사역량 강화’ 예산은 올해 대비 각각 0.4%, 22.8% 줄었다.
치안상황 관리 예산도 올해 464억3000만원에서 내년도 428억9400만원으로 7.6% 줄었다. 112시스템운영(정보화) 예산은 올해 226억1300만원에서 내년도 195억2100만원으로 30억9200만원(13.7%) 감액됐다. 이 가운데 ‘112 시스템 고도화’ 예산은 올해 59억5300만원이었으나 내년에는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사업이 종료된 데 따른 것이라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정책연구개발(R&D) 사업 예산도 올해 674억1800만원에서 내년도 566억9100만원으로 107억2700만원(15.9%) 줄었다.
경찰청은 “삭감되거나 순감된 사업 대부분은 올해 사업이 완료되거나 완료를 앞두고 있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치안상황시스템 노후장비 교체 및 기능개선’과 같이 새롭게 추진해 예산(59억6600만원)을 확보한 사업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이 올해로 마무리돼 추가 예산이 필요하지 않았고, 감액 폭을 충당할 만큼의 증액 사업 또는 신규 사업이 없었다는 것이다. 차벽 트럭 교체와 관련해서는 “차량이 노후화됐기 때문에 교체하는 것”이라며 “용산 경비만이 아니라 집회·시위 인파 관리 등 서울 전역에 필요시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차벽 트럭 도입은 일방적 공권력으로 집회·시위를 진압했던 80년대로의 회귀”라며 “경찰이 과거로의 퇴행을 멈추고 본연의 업무인 민생치안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