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가 지난6월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60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이 14일 재판부에 전향적인 판결을 촉구했다.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 측 변호사들은 이날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 심리로 열린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은 원고들이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원고 측 대리인인 이상희 변호사는 “일본 사법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더 이상의 소 제기가 불가능하도록 원천봉쇄를 해 두었고, 지금은 우리 정부의 외교적 해결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소송은 원고들이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자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국가면제론은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원칙이 아니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국가면제 논리가 적용된다는 국제관습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면제’란 주권 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울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으로, 1심 재판부가 소송 자체가 부적합하다며 각하 판결을 했던 이유이다.
이 변호사는 “원심은 해당 사건이 국익에 미칠 영향을 강조했지만 이는 외교의 영역”이라며 “피해자들이 피해구제를 위해 한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는데 (국익을) 이유로 이를 저버린다면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10조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디 피고(일본)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하고 과거 국가범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했다.
이날 원고 측은 국제법 전문가인 알렉산더 오라케라쉬빌리 영국 버밍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의 영상 인터뷰를 증거로 제출했다. 오라케라쉬빌리 교수는 영상에서 ‘각국 법원들은 국가면제의 일반적인 개념이나 의미에 대해 각자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는만큼 일반적인 합의는 없으며, 이번 사건에선 일본이 주권 행위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가한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기일에는 일본 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리한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위안부 문제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로 사실상 변론을 마치기로 했다. 오는 21일 서면 제출을 위한 차회 기일을 잡았지만, 더 이상의 구두변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안에 선고가 난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은 약 2년만에 마무리된다.
이날 재판에 직접 참석한 이용수 할머니는 발언 기회를 얻어 “이건 죄니까 죄를 꼭 물어달라. 꼭 좋은 판결을 해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