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최전선이 된 소성리

성주군 소성리에 사드가 배치된 지 6년이 흘렀다. 2017년 4월26일과 9월7일, 무너져가는 박근혜 정권과 그 위에 세워진 문재인 정권은 차례로 사드를 배치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전쟁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게 된 소성리 주민들은 황당함과 원통함으로 지금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당신의 아파트 위에 4000㎞를 탐지하는 레이더, 여섯 대의 미사일 발사차량, 수십 기의 미사일, 24시간 돌아가는 발전기가 반영구적으로 배치되었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아파트에선 떠나면 그만이지만 혼이 밴 고향땅은 떠날 수 없다. 그것은 추방이거나 유형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사드는 불법 투성이다. 국회 동의도 없이 하급관리들의 서면 한 장으로 외국군에게 치외법권적인 군사기지를 내주었다. 환경영향평가도 엉터리였다. 결국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재산권 침해는 물론 레이다의 피해로 김천 노곡리에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사드는 대중국용으로 동북아 평화를 뒤흔드는 게임체인저가 되었다. 사드로 인해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편입되었고, 현실화된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미·중 대결의 전면에 서게 되었다.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반복되듯 한반도는 패권경쟁의 앞마당이 되었다. 신냉전은 사드 배치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 소성리는 한반도 평화의 최전선이다. 1945년 8월 미·소에 의한 분단 이후 국가폭력과 전쟁, 군사독재를 뚫고 이룬 민주화로 쟁취한 주권재민의 학습장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도 종교인들에 의해 구제중심의 신학과 참여불교의 정신이 구현되는 것이 큰 위안과 희망이다. 천주교는 매주 교구별로 미사를 열고, 기독교와 원불교는 매일 아침 마을회관 앞길에서 종교의식을 펼치며 평화의 가르침을 설파한다. 15차에 이르는 범국민평화행동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노동자·농민·주부·교사·학생·어린이들의 평화교육 현장이다. 평화의 열망으로 가득 찬 그들의 순수한 표정과 투명한 눈빛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평화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가 갈수록 강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가 폭력의 주체가 된 현실, 따라서 자신들 삶의 터전은 자신들이 지킬 수밖에 없다는 냉혹한 운명을 직시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의 정치적 판단은 예리하다.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박근혜 정권 때 성주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고 난 후에 절차적 하자로 이 사드는 안 된다고 열렬히 반대하던 사람들이 5월9일 선거에 문재인이 당선되자마자 바뀌었습니다. 그놈이 그놈이고, 우리가 볼 때는 같은 보수당인데 그놈들은 멀찍이 앉아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어요. 지금 대한민국에 진보정당은 몇 개 없습니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마카(모두) 보수당이고 미국을 추종하는 세력들입니다”(<정의어든 죽기로써>, 이태은 엮음)라고 말한다. 민초들이 이 나라의 정치 동향과 미군·미국의 실체를 더 잘 본다.

주민들은 안다. 불평등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이 땅에서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는 나라, 전쟁으로 먹고사는 군산복합체의 나라, 전쟁을 하면서도 상대방에 무기를 팔아먹는 나라, 전쟁개입으로 수많은 타국 백성들이 죽어도 개의치 않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쯤은. 그들의 머릿속에 한반도의 종전선언과 평화구축의 어젠다는 설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나아가 한국 정부가 저지른 일제 강제징용공에 대한 대리배상과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찬성, 한·일 군사동맹 강화는 미국 자신의 이익을 위한 강압임을 알고 있다. 그들은 묻는다. 우리의 이익은 무엇인가. 주권국가 전역에 어떻게 23억㎡(7000만평)의 미군기지가 있을 수 있는가라고.

소성리를 방문하지 않은 국내 시민단체는 거의 없을 정도다. 해외 연대도 이뤄지고 있다. 소성리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국내외 미디어에는 소성리가 주요 뉴스발신지 중 하나가 되었다. 풍찬노숙하며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벌인 홍범도·이청천·김좌진 등의 애국지사들이 부활한다면 바로 이곳으로 달려올 것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민족과 국가를 사랑한 평범한 백성들이었다. 타락한 권력자들이 팔아먹은 나라를 맨주먹으로 되찾겠다는 일념이 건국정신이 되었다. 한 해 1200조원의 군사비를 쓰는 전쟁국가 미국 앞에 당랑거철처럼 우뚝 선 소성리 주민들의 잃어버린 평화를 되찾겠다는 염원이 우리가 한반도 전체에 바라는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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