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라!”
17일(현지시간) ‘기후 주간’(Climate Week)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화석 연료의 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는 20일 유엔기후정상회의가 열릴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거리에는 이날 주최측 추산 약 7만5000명이 모여 기후 대책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청소년 기후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 회원인 엠마 뷰렛(17)은 “(정치인들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우리 세대의 피를 당신 손에 묻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행진 참가자 중에는 어머니와 함께 플로리다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참가한 8세 소녀 아테나 윌슨도 있었다. 그는 “우리가 지구를 돌봐야 하니까, 저는 정말로 지구가 더 나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그는 “우리 중 누군가는 30, 40, 50년 후에도 이 행성에서 살아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화석연료 사용 중단 요구에) ‘아니오’라는 답변을 거부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기후 주간은 비영리 단체인 ‘기후그룹’의 주최로 17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다. 미국과 독일, 영국, 한국, 인도 등 총 54개국에서 500회 이상의 시위가 예정됐다. 주최 측은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이상이 기후 주간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기후활동단체 ‘마지막 세대’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기둥 6곳에 주황색 스프레이 칠을 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브란덴부르크문 위로 올라가려고 시도했지만, 경찰에 저지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40여명은 스프레이 칠을 하던 기후활동가 14명을 모두 체포했고, 브란덴부르크문 주변을 폐쇄했다. 경찰은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고의적 기물 훼손 혐의로 이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지막 세대는 X(옛 트위터)에 “늦어도 2030년까지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그 전까지 우리는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항의행동이 ‘대전환’의 일환이라며 내주부터 베를린 곳곳에서 도로점거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가 지구 기온을 높이면서 강력한 허리케인, 폭염, 홍수, 산불, 가뭄 등 재난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 하와이, 그리스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과 리비아 대홍수도 기후 위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올해 기후 주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2015년 체결한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표면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최소한 2도 이하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목표를 지켜내려면 2019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은 43%가량 줄어야 하지만 유엔이 지난해 9월 기준 각국의 탄소정책을 살펴본 결과 실제 감축률은 3.6%에 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