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위성기술 이전 관심···발사 연기 가능성도
러와 회담 후속 외교, 중국에 특사 파견 거론
한반도 정세 불안 고조···대선 앞둔 미국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군사·외교 분야의 ‘투트랙’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로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세 번째 발사는 방러 성과의 가늠자로 작용할 수 있으며,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과의 외교를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한반도 안보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5박6일의 방러 일정을 마치고 17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전용 열차를 타고 북한으로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가 직면할 최대 현안으로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꼽힌다. 북한은 지난 5월에 이어 8월에도 발사에 실패하자 ‘10월 세 번째 발사’를 공언했다. 핵·미사일의 ‘눈’ 역할인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은 올해 최우선 과업이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북·러 정상회담 성과를 가늠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방러 목적이 러시아 첨단기술 전수 등 군사 협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성공하면 단기간에 러시아에 기술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을 과시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정상회담이 열린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며 위성 발사체 기술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이 단기간에 기술 지원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면 발사를 예정보다 늦출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러시아로부터 당장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받는 것을 전제로 연말이나 내년 초로 발사를 미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 번째 발사인 만큼 김 위원장이 성공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예정대로 발사했다가 실패하면 러시아에 기술 지원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라는 군사적 활동에 더불어 외교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12일 수교 75주년을 맞는 러시아와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접촉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르면 다음 달 방북해 최선희 외무상과 회담할 가능성이 거론됐으며,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는 “농업·경제 분야 대표단과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이 열린 다음 날인 28일 중국 당·정부 대표단을 접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대중 외교 활동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외정책의 제1순위로 북·러관계를 강조했지만 전방위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관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다음 달 6일 북·중 수교 74주년을 맞는 상황에서 오는 23일~다음 달 8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를 계기로 특사단을 파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방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부부장은 지난 7월 북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당시 김 위원장과 중국군 묘지를 방문하고, 방북한 중국 당·정부 대표단 연회에서 연설하는 등 최근 중국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방러에 동행한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와의 논의 결과를 중국에 설명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방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직접 갈 필요성이 러시아만큼 크지 않다는 시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북한이 중국과는 당장 시급한 현안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과 관계 조정을 추진하는 터라 김 위원장 방중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홍 위원은 “북한은 올해 하반기 중·러가 어떻게 메시지를 정리하고 한·미·일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관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 불안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AP통신 인터뷰에서 재차 “북한 정권의 종말”을 언급하며 경고했다. 다음 달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단행하면 한·미·일의 대북 압박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대북 압박 수위를 조절할지도 관심사다.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에 부담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이 북·러 정상회담 국면에 사사건건 비난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인 모습은 이를 시사한다. 미국이 국내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하거나 다소 유화적으로 전환할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