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1야당 대표 단식에 ‘자해·잡범’ 거론한 한동훈의 거친 입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단식 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제1야당 대표를 ‘잡범’으로 비유하고, 이날로 19일째인 그의 단식을 ‘자해’로 규정한 것이다. 잔인하고 오만하다. 야당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며 폄훼하는 것이 과연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인 법무부 장관이 할 일인가.

한 장관 발언은 법원의 유죄 판결 확정 전까지는 피의자나 피고인을 무고한 사람으로 추정한다는 형사법상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난다. 서울중앙지검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대표는 혐의 내용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백현동 용도 변경 지시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고,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검찰의 망상’이라는 주장이다. 검찰도 이 대표 영장을 공개하며 “혐의 사실은 재판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 장관은 여당 대변인도, 검찰 수사진도 아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고, 공정한 법질서와 수사를 확립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법무부의 수장이다. 검찰이 1년 반 넘게 야당 인사들만 먼지 털 듯 수사하고, 단식 중인 야당 대표를 국회 회기 중 구속하는 데 대해서는 국론 분열도 작지 않다. 한 장관은 그런데도 “절도로 체포되거나 사기로 체포되는 사람이 단식하면 누구도 구속되지 않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장관이 통장 잔액증명서 위조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최근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 보석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본회의 출석을 위해 입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본회의 출석을 위해 입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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