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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권리를 지켜라”...‘식품 사막’ 미 시카고, 시립 식료품점 구상 중

대형소매업체 철수로 신선식품 구하기 어려워져

식량 불평등 해소 위해 지방정부 예산으로 운영 검토

“먹을 권리를 지켜라”...‘식품 사막’ 미 시카고, 시립 식료품점 구상 중

대형 소매업체들의 철수로 저소득층 밀집지구의 ‘식품 사막’(Food Desert) 문제가 커진 미국 시카고시가 지방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식료품점을 설치할 방침을 내놨다.

18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등에 따르면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47·민주)은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식품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시 정부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식료품점의 설립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획이 실현되면 시카고는 식량 불평등 해소를 위해 시 소유의 식료품점을 설치·운영하는 미국의 첫 번째 주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사막’은 거주민 3분의 1 이상이 반경 0.5마일(약 800m) 이내에서 슈퍼마켓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을 일컫는다. 대부분 흑인 비중이 높고, 빈곤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식품 사막’ 문제가 ‘식품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다.

예를 들어 부유층 거주지인 니어노스사이드는 주민의 70% 이상이 백인이다. 모든 주민이 반경 0.5마일(약 800m) 이내 슈퍼마켓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이곳에서 자동차로 불과 30분 가량 떨어진 리버데일은 주민의 95%가 흑인이고, 거주민의 99.85%는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0.5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또다른 ‘식품 사막’ 지역인 사우스쇼어에 살았던 베니타 린제이는 “당시 나는 자동차가 없었다”면서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에 가려면 최대 1시간을 걸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신선 식품 대신 값싼 인스턴트 식품들을 섭취하게 돼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기 쉽다.

시카고의 ‘식품 사막’ 현상은 도시 구조의 변화와 거주민들의 식생활 패턴, 대형마트들의 이윤 추구 등이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돼 왔다. 지난 2년 새 시카고 남부와 서부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문을 닫은 대형 식료품점은 월마트, 홀푸즈, 타겟 등 최소 6곳에 달한다.

지난 4월 시카고 남부와 서부의 4개 매장을 폐점하겠다고 발표한 월마트 측은 “17년 전 시카고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래 줄곧 수익성이 없었다”며 “매년 수천만 달러씩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년새 손실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시카고시의 이번 대책에 대해 일각에선 “식품 사막화 현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존슨 시카고 시장은 “시립 식료품점 설치는 오랫동안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식량 접근성이 제한됐던 소외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 소매업체들이 만성적 범죄를 감당하지 못해 철수한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시카고의 우범지대 잉글우드의 고급 슈퍼마켓 체인 ‘홀푸즈’는 개점 6년 만인 지난해 11월 영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은 바 있다. 홀푸즈는 2016년 시카고 시 정부 지원금 1100만 달러(약 145억 원)를 받고 1700㎡ 규모 매장을 열었으나 6년 만에 손을 들어 ‘먹튀’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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